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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유기농업 천적 연구 모임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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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유기농업 천적 연구 모임 결성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0.04.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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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FAO 퇴임후 홍성 정착한 미국인 캐빈박사

미국인 캐빈 갤리거(Kevin Gallagher.63) 박사가 FAO(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32년간 근무를 마치고 홍성에 정착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캐빈 박사는 지난달 23일 홍동면 구정리 에코빌 연립주택에 입주, 홍성살이를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나 버클리대에서 곤충학 박사를 취득한 캐빈은 1978년 풀무학교 영어회화 강사로 부임한 뒤 4년동안 강사 겸 홍동 농민들과 유기농업을 했다.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FAO 아시아·태평양 농업지도교육 담당관으로 아·태지역 46개국의 농업정책, 농촌지역 개발 등을 위해 교육, 정보 교환, 협력, 조정 업무 등을 했다. 홍성에서 떠난 지 38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캐빈 박사는 홍성에 정착한 것에 대해 “요즘 영어 유행어에 정년퇴직은 기운이 빠진 게 아니다(retired, not tired)라는 말이 있어요. 퇴직했어도 일은 계속한다는 말입니다. 홍성은 저에게 제2의 고향(Second Home)입니다. 여기서 다시 일을 시작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홍성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홍동을 중심으로 홍성에 같이 일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지역 주민들에게 풀무학교 교육, 주민들이 만든 어린이집, 협동조합, 유기농업, 식품가공조합, 농기계협동조합, 지역언론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미국 사례를 들면 자기들과 비교할 수 없다며 듣지 않는데 한국 이야기를 하면 자기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잘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는 농기계협동조합을 50개만들었습니다. 옛날 홍성에서 경험이 그동안 제 일에 큰 도움이 됐던거지요.”

캐빈 박사는 홍성에서 밭작물을 중심으로 유기농업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성은 유기농업이 발달돼 있지만 논 벼 중심이고 밭 작물 유기농업은 크게뒤져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중심으로 진딧물,총채, 응애가 많다는 말을 듣고 천적을 이용해 퇴치하는 방법을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이 같은 캐빈 박사와 공부하고실험하기 위해 홍동과 장곡 주민들이 가칭 ‘유기농천적연구회’를 만들었다. 몇 명이 좌담식으로 만나기 시작해 4월셋째 금요일에 밝맑도서관에서 정식으로 모였는데 13명이참가했다고 한다. 농번기를 제외하고 매주 모일 계획이어서 참가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빈 박사는 FAO에서 ‘병해충종합관리 포장학습 (IPM Field School)’ 프로그램을 개발해 70여 개 나라 60여 주제로 확산돼 국제활동의 중요 수업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교실 강의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며 배우는 벽없는 학교다. 홍성의 유기농천적연구회 역시 이 같은 필드스쿨로 운영한다.

“하우스 안 진딧물, 총채, 응애 같은 것들을 지역에서 생산된 콩기름 비누를 만들어 쫓아낼 수 있을 지 해보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생산 비용에 대해서는 당국의 지원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홍성에 천적 곤충을 기르는 회사가 있었는데 와보니 없어져 아쉽습니다. 같이 궁리하면 좋은 생각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캐빈 박사는 또 한국의 유기농업이 점점 축소돼가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유기농업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전국 조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빈은 누구?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기계공학(mechanical engineering)을 전공하던 2학년 학생 캐빈 갤리거가 1978년 9월 1일 풀무학교 영어회화 강사로 왔다. ‘태양에너지반’을 꾸려 학생들과 나무와 구리 등으로 태양열 집열판을 만들었다. 섭씨 60도까지 올린 물을 기숙사에서 사용했는데 당시 한국에서 처음이었다.

캐빈은 풀무학교 2년의 근무 기간이 끝난 후 돌아가지 않고 홍동지역에 머물며 농민들과 함께 지냈다. 1979년 12월 운월리 갓골에 15평 건물을 짓고 대체공업연구소를 설립해 태양열, 메탄가스 실험, 풍차, 종이재생, 속성림 실험, 국제교류 사업 등을 시도했다. ‘생각하는 농민’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농민들과 나눠보기도 했다.

1982년 미국으로 귀국했다. 홍동에서 유기농업을 경험한 그는 UC버클리대학교 곤충학(천적)으로 전공을 바꿔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벼멸구’였다. 당시 벼멸구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퍼진 펜데믹이었다.

1988년 FAO에 들어가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에서 4년 동안 근무했다. 1992년 한국 농촌진흥청에 IPM(병충해종합방제)사업단 연구원으로 4년간 일했다. IPM은 농작물에 대한 예찰을 통해 농약이 꼭 필요한 때만 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당국은 유기농업을 배척하던 때였다. 캐빈이 IPM을 통해 농약을 안 쳐도 농사지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것이 오늘 우리 정부가 유기농업에 투자하며 권장하는 정책으로 발전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캐빈은 홍성에서 IPM 교육과 실험을 많이 했다. 1995년에는 홍성 농민 20명을 인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농장들을 15일 동안 견학하기도 했다.

캐빈은 1997년 다시 FAO 로마 본부로 날아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에 출장 다니며 각국의 IPM농업, 기아문제, 안전식품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지도했다. 파키스탄, 인도, 시에라리온, 몽골 등에서는 FAO 대표자로 농업장관, 대통령 등을 만나 정책수립, 국제기금 유치 자문 등 역할을 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에 효과적인 대처, 2010년 파키스탄 대홍수 복구, 시에라리온에서는 농기구협동조합 50여 개 결성하는 등을 하며 FAO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부터 몽골리아에 주재하며 미래농업 싱크탱크 창시자(Future of Agriculture Virtual Think Tank Founder)로 일하다 지난해 말 정년퇴임했다.


박완 풀무학교 이사장,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이사 등 유기농천적연구회 참가자들은 세계적인 연구와 경험을 갖고 돌아온 캐빈과 함께 홍성지역 유기농업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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