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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면 유송리 유송마을 -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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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면 유송리 유송마을 - 톺아보기
  • 홍성신문
  • 승인 2020.03.2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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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옥과 마주하다 ②
김영규, 고명자 부부의 한옥 전경

1942년생 동갑내기 김영규, 고명자 부부의 한옥은 1965년 건축됐다. 김영규 씨 부친인 고(故) 김희남 옹은 광천 사기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설계를 맡기고 광천 읍내의 실력 있는 목수들을 고용하여 집을 지었다. 음력 6월에 공사를 시작해 10월 경 외부 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 고명자 씨가 시집와 첫 딸을 낳던 해로 가족들과 목수들이 먹을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이 여간 어려웠다고 한다. 완공된 집에는 시조부모와 시부모, 큰형님 네 가족과 형과 시누이 각 한 명, 고 씨 부부와 딸까지 4대가 살았다.

광천읍 삼봉리가 고향인 1937년생 이시행 목수는 김 씨 한옥 건축에 목수로 참여했다.

“유송리 한옥은 완전 옛날 한옥은 아니야. 옛날 한옥은 전부 이 마리를 굴두리로 했는데 절처럼 진거여. 설계하신 분은 주인양반이지 시아버님. 목수들 하고 같이 설계했지. 아버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 못 혀. 나는 시아버님이 사주셔서 다 끝나고 나갈 때 와이셔츠까지 얻어 입었어. 그 때 동네 목수들 안 쓰고 광천서 전부 왔었어. 아무래도 읍내니까 낫지. 그때는 목수들이 집 지면서 찬장이니 농이니 다 넣었지. 전부 자를 가지고 하는 치수 놀음이야. 그때는 집 짓는 사람이 문도 짜고 전부 했어. 옛날에는 이렇게 지은 집도 드물어. 조금 부잣집 모양을 떴지.”

김 씨의 가옥은 ㄴ자 형태의 구조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헛간채의 대문으로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곳에 안채가 있다. 양옆으로는 광채가 있고 뒤안에는 장독대가 있다.

이시행 목수는 “지붕은 흙 새지 말라고 나무에 흙 얹어엮어서 산내끼로 대고, 백토로 밑에서 발러서 미장해. 이건 지금도 흙 하나 떨어지지 않고 고대로야. 서까래도 소나무 둥글게 깎아서 한 거야. 대문에 경첩이라고 이건 대장간에서 만들지. ‘돌쩌귀’라고 해. 광천 대장간에서 만들었지”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사라진 광천 대장간에서 만든 문귀

대문이 설치되는 틀인 하부 문지방, 상부 문인방, 양측 문설주와 빗장은 옹이가 없는 나무를 썼다. 이시행 목수는 “이거 나왕으로 문 짠 거야. 열대지방,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 왔잖아. 그걸로 하니까 옹이가 없지. 대문은 소나무고, 문짝 가장자리에 쓴 건 나왕이여. 대문은 소나무 조금 두껍게 켜고. 작은 창은 일본 말로 ‘남마’라고 불러. 밑에 문은 미닫이. 이것도 국화무늬 남마여. 그리고 완자하고 거북등무늬고 있고 여러 가지여. 완자는 도문 안문(도안)을 그리지 않고 그냥 짰지. 이런 건 꼼꼼해야 돼. 꽃살 무늬는 기존에 있던 거 보고한 거지. 그리고 ‘키가라’라고 나무를 깎을 때 똑같이 고르게 깎아야 혀. 아래위. 그래야 규격이 딱딱 맞어. 키가라가 나무 두께. 일본 말이야 전부. 나무 두께는 개기끼로 표시해서 대패로 깎아야 혀. 그럼 똑같이 사귀가 맞지. 하나는 두껍고 얇으면 맞겄나 안 맞지. 그러니까 똑같아야지. 문살이 똑같잖아. 은하면에서는 옛날에 이 집이 제일 잘 지었을겨”라고 말한다.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와 ‘허정도와 함께 하는 도시이야기’에 따르면 농촌마을의 주택은 새로운 주거 환경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과정에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고 변화에 대응해 올 수 있었다.

농사를 짓는 생활상의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변화의 폭으로는 넓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주거문화 전통이 좀 더 오랜 기간 지속되며 새롭게 근대화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지방 목수들에 의해 재래식 건축기법이 전승되는 과정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이후 우리가 지나온 근현대의 흔적이 농촌 마을의 주택과 환경,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오래된 집에서 과거를 만나고 현재의 기억을 만드는 지금.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공유하며 새로운 기억을 짓는 미래를 꿈꾼다.

[출처] 은하면 유송리 유송마을 - 사람 사는 이야기조사, 글 이은정, 주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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