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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야기-홍북읍 신정리 상유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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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야기-홍북읍 신정리 상유정마을
  • 홍성신문
  • 승인 2020.02.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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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되면 마을 여기저기 참깨 터는 소리에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새벽이슬을 맞은 참깨가 젖어버렸다. 콩알보다도작은 깨 하나라도 버려질까 조심조심 모아본다. 김영분 씨가잡티와 건초들이 함께 섞인 참깨를 키에 담아 까부린다. “풍선기를 돌려봐도 안 돼”라고 말하는 김 씨의 손길에 소중한 참깨 한 알이 키를 빠져나와 아스팔트 위로 툭 떨어지며,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고추가 빨갛게 익어간다. 벌써 4번째 고추 수확에 나선 남정임 씨는 혼자 살면서도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자식들 먹을거리를 함께 나눈다. 늘 옆집에 살며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있는 박재숙 씨에게 농산물을 나누는 기쁨도 함께 한다.

박재숙 씨는 남편 김응식 씨와 소 2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 젊은 며느리가 소를 키우겠다고 나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축사 한 편에 마련한 작은 텃밭이지만 가족 먹을거리로는 충분하다.

시집와 반평생 삼베를 짜고, 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린 아낙네들. 이제 나이가 들어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농사일을 손에 놓지 못한다. 외지에 나가 생활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싸서 보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병원을 다니는 아낙네들이 오늘은 시간대가 다 맞았다. 오전 9시 30분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려는 임성실, 박윤순, 이봉록 씨가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정류장은 기다림의 공간이다. 서로가 가는 길은 비록 다르지만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시 만날 테니 우리네 인생도 그리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이제는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노부부 임기순, 문연자 씨다. 그 많던 논도 이제는 도지를 주고 부부와 자식들 먹을 정도만 농사를 지으니 오전 반나절 정도만 일해도 충분하다.

용배미에 있는 논에 나가 벼 이삭이 잘 여물었는지 확인하고 돌아온다. 오전 농사일이 끝났으니 잘 버무린 열무김치에 밥 한 술 떠먹으려 한다. 입맛 없는 여름, 풋내 없이 살살 버무린 열무김치만한 반찬이 없다. 고추장과 참기름 한 방울 떨어트려 쓱쓱 비비면 노부부에게 최고의 점심이다.

[출처] 홍북읍 신정리 상유정마을 - 조사, 글 김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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