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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청소년 후원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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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청소년 후원 ‘키다리 아저씨’
  • 윤종혁
  • 승인 2019.09.3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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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축협갈산지점 서연종 지점장
서연종 지점장
서연종 지점장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실천에 옮긴 것이 1998년 가을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홍성축협갈산지점 서연종 지점장의 나눔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서연종 지점장은 매월 청로쉼터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청소년 2명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서연종 지점장은 홍성축협에 입사 후 구항면 황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매일 아침 찾아뵈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막걸리도 곧잘 사다드렸다.

기분 좋게 취하신 어느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몇 달 후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아가라는 말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 된 것이다.

1998년 과장 승진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과 함께 가슴 속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말씀을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초창기에는 가족이 없는 노인 두 분과 청소년 두 명에게 후원금을 전했다. 본인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갖다 주기도 했다. 몇 년 후 노인 두 분이 차례로 돌아가셨다. 죽음 앞에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이후 청소년들을 위한 후원에 집중하게 됐다.

서연종 지점장은 후원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최대한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청로쉼터나 학교로부터 새로운 대상자를 추천받아 후원을 한다. 학생들을 생각해 개별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생각해주고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이 함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사회에 나와 누군가를 돕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20년 넘게 후원을 하면서 어려울 때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겨 후원을 잠시 중단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니 차마 후원을 끊을 수 없었다. 서 지점장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정년퇴임 때 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현재의 후원을 계속할 생각이다.

자녀들에게도 나눔 실천을 틈만 나면 이야기한다. 아버지를 통해 배웠던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이제 자식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돈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고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 결국 우리 사회를 조금더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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