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에서 - 꽃박람회를 보며
1.꽃도 무더기무더기 모여있어야
이 꽃 저 꽃 어울려있어야 아름답다.
저 보라가 혼자였다면
노랑으로 받쳐주지 않았다면
저리 곱진 않았을꺼다.
아하 그 때,
나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공생의 법칙을 무시하고
내 마음만 보듬던 때,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라
2.
꽃을 보며 그리움을 만진다.
화려의 극치에서 내 쓸쓸함을 만진다
어디를 가든 나를 찾아가는 여정,
수도를 떠나다 회귀한
원효를 알 것같구나
이 많은 무리 중에
팔짱낄 이 하나 없다니,
문득 저 앞에 가는 이 어깨에
손 올려놓고 싶어진다.
3.
예쁜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든 꽃도 본다.
풍염이 지나쳐 쇠락한 녹슨 장미,
튤립이 만개하여 작약같은 파장,
중노인네 휠체어 타고 나들이 오셨네
완연한 저승꽃을 얼굴에 붙이고
기약된 남은 날에 온
꽃구경.
4.
쉬이 찢어지지 않아
그대와 나의 흐린 인연을 이어준다는
죽백나무 잎 한 줄기 얻어
내 좋아하는 시집 페이지에
끼워 넣었네
남은 봄날에
인연의 잎 덕분에
그대와 시가 한꺼번에 터진다면.
(홍성읍 남장리 106-15)
<독자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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