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도, 삼일절에도 불굴의 정신으로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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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도, 삼일절에도 불굴의 정신으로 달렸죠”
  • 윤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9.08.26 22: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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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 독립운동가 김용철 손녀 김창순 씨
8월 15일 광복절 기념 산악마라톤 완주 후. 사진제공=김창순
8월 15일 광복절 기념 산악마라톤 완주 후. 사진제공=김창순

광복절 기념 지리산 종주 마라톤 42km 완주

‘할머니 마라토너’ 김창순(64) 출향인이 광복절을 맞아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여전히 나는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지만,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할머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면 좋겠다”는 말에 힘이 실렸다.

김창순 씨는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진행된 ‘2019 화대종주(구례 화엄사 ~ 산청 대원사 46.3㎞) 산악마라톤’에 출전했다. 21km, 42km, 47km로 종목을 나눠 진행한 이번 대회는 악천후 탓에 유난히 중도포기자가 많았다. 지리산 화대종주 코스는 보통 등산할 때도 1박 혹은 2박을 하면서 종주하는 코스로, 어두운 산악주로는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해 달려야 한다. 42km 코스에 출전한 김창순 씨는 새벽 4시에 성삼재에서 출발해 노고단, 천왕봉을 지나 대원사까지 11시간 39분 만에 완주했다.

“8월 15일 새벽, 전국에서 모인 300여 명의 마라토너와 함께 광복절 만세삼창을 하고 대장정을 시작했어요. 칠흑같이 캄캄한 산길도, 온종일 비 내리는 날씨도 힘들었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다’, ‘이번엔 완주 못 할 수도 있겠다’고 자꾸만 나약해지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고 출발한 지 11시간 39분 만에 완주테이프를 끊는 순간 ‘어쩌면 할아버지도 이런 정신으로 독립운동에 임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난 3월 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3·1운동 10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에서도 또 한 번의 한계를 넘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마라톤을 완주한 김창순 씨. 사진제공=김창순
3·1운동 100주년 기념 마라톤을 완주한 김창순 씨. 사진제공=김창순

 

“사실 삼일절 마라톤을 앞두고 고비가 있었어요. 무리한 훈련 탓에 인대가 늘어나, 직전 대회에선 처음으로 중도 포기하기도 했죠. 삼일절 마라톤 당일에 보란 듯이 완주하고 난 뒤 슬럼프가 씻은 듯이 사라졌어요. 날이 날이니만큼, 정말로 조상님들이 도와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북읍 신경리 고향

2017년 1월 9일자 홍성신문에 ‘2016 전마협송년마라톤대회 1위 입상’ 소식을 알렸던 김창순 씨는 “홍성신문에 실린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홍북면 신경리가 고향인 김창순 씨는 故 김세권, 오순화 씨의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김창순 씨의 할아버지인 故 김용철 씨는 3·1 운동 당시 홍성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일본 경찰서에 투옥됐다.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일평생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 같아요. 또, 독립유공자 보상은커녕 생계조차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신 아버지를 어린마음에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죠. 제가 참 무심하고 죄 많은 손녀였어요. 그래서 할아버지 이야기가 실린 홍성신문을 곁에 두고 매일 읽고 또 읽으며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요. 나이 예순 넘어 뒤늦게 철이 든 거죠.(웃음)”

올해로 예순넷. 젊지 않은 나이에도 산악 마라톤 종주, 울트라 마라톤 완주를 거듭하는 그녀를 지인들은 ‘김 철인’이라고 부른다. 주6일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살림하고, 출퇴근길엔 10km씩 달리며 훈련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그녀의 도전은 계속된다. 오는 9월 울트라마라톤 출전에 이어, 10월에는 2019 춘천 마라톤 풀코스에 10회째 도전한다. 완주하면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예정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기특한 구호처럼,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일제 불매운동은 해내고, 불의에 눈감지 않는 건강한 한국인으로 살아야죠.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셨던 할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손녀가 되도록 제 자리에서 열심히 제 몫을 해내며 살겠습니다. 마라톤도, 독립운동도,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더 멀리 가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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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식 2019-09-02 13:05:18
창순씨
축하해요
달라려 달려
최고의
창순씨
아자 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