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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가 학교 다닐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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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가 학교 다닐수 있게 됐어요"
  • 김복실
  • 승인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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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앓던 구항초 김은오 군
"은오가 학교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됐답니다. 그동안 은오와 아픔을 함께 했던 군민들과 이 기쁜 소식을 나누고 싶군요."

새학기 준비를 위해 봄방학이 시작된 지난 21일 구항초등학교 이수영 교장이 본사에 알려온 희소식이다. 지난해 3월 구항초등 2학년에 막 올라간 김은오 군은 급성골수성 백혈병이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고 학교 대신 병원을 다니며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섯마지기밖에 없던 논을 팔고 날품팔이, 미용실 일에 온힘을 다해 치료비를 마련한 부친 김능환(41·구항면 장양리)씨와 모친 심옥희(홍성읍 오관리 심옥희미용실)씨, 동생에게 골수 이식을 자진하고 나선 형 은상(홍주중 2)군, 즉각 수술비 마련 모금활동에 들어간 구항초등 교직원과 학생들, 십시일반씩 보탠 구항면내 기관단체, 일일찻집을 열어 온정의 손길을 보낸 군내 봉사단체들은 은오 군에게 새생명의 불씨를 불어넣었다.

이런 가족들의 사랑과 주위의 온정에 병마도 손을 들었다. 골수이식수술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으로 1억원이란 수술비 앞에 절망스러웠던 은오 군은 다행히 항암주사로 증상이 회복되어 갔다. 주사기를 꽂을 혈관이 없어 가슴에 주사기를 꽂아야 하는 고통, 한 달 중 반 이상을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고 한 움큼 되는 약을 한번에 먹어야 했지만 어린 은오는 대견하게 잘 참아냈다.

지난해 12월 드디어 항암주사를 맞지 않아도 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올 1, 2월 정기 검진에서는 약까지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었다.

은오는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도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이런 은오를 부모는 볼 수 없다. 생활보호대상자일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웠던 집안은 은오가 치료를 받는 동안 더욱 어려운 처지가 돼 은오의 부모는 돈벌이를 위해 멀리 일을 나가고 밤 늦게 귀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오와 형 은상군은 할아버지 할머니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은오 할아버지 김동효(70)씨는 "입원치료 받을 때는 안쓰러워 못보겠더니 이렇게 건강을 되찾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은오는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2일부터 또래 친구들과 함께 3학년 교실에서 공부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은 학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므로 같이 입학한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게 낫겠다는 이수영 교장의 배려에서다. 새천년을 맞아 전교생에게 친필 연하장을 보냈던 이 교장은 은오에게도 "올해엔 건강하고 공부도 잘하게 될 것"이란 덕담을 담은 예쁜 카드를 보냈다.

이 교장은 또 은오의 새로운 학교 생활을 위해 세심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가정을 방문해 음식, 위생 관계를 물어 학교 급식에 반영하고 체육시간엔 무리를 하지 않도록 담임에게 일러둘 생각이다. 공부를 따라가는데 지장이 있으면 특수학급에 부탁해 보충해 주겠다고 약속하며 은오를 안심시켰다.

"은오처럼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주위엔 많습니다. 은오의 이야기가 그 어린이들에게 전해져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은오의 회복은 곧 병마와 싸우는 어린 생명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게 이수영 교장이 은오를 남달리 생각하는 마음이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은오, 병원문을 나오며 커서 의사가 돼 아픈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의젓하게 말하던 은오. 그런 은오를 바라보며 할아버지 김씨가 눈물을 찍는다. "제발 병이 재발하지 않고 잘 자라주면 여한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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