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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정(情) 때문에 시장 못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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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정(情) 때문에 시장 못 떠나”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9.07.1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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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전통시장 전옥자 시장카페 대표
 

전통시장하면 으레 참기름이나 들기름 냄새를 떠올리지만 홍성전통시장 야채전에서는 지난날부터 고소한 커피향이 퍼져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향긋한 원두커피를 마시며하루를 시작한다. 시장카페가 생기면서 달라진 홍성전통시장의 풍경이다.

시장카페 전옥자(69) 대표는 홍성전통시장의 터줏대감이다. 1982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재의 자리에서 신발가게 ‘신나라’를 운영했다. 은하에서 태어나 광천으로 시집온 전옥자 씨는 첫 아이 돌이 지나자마자 광천장에서 신발 장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성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에게 신발을 판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가족들 생각에 버티고 또 버텼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골도 생겼고,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는 이웃 상인들도 가족과 같은 친근한 관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사람이 됐다.

몇 해 전부터 신발 판매가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신발을 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장사를 계속해야 하나 그만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들었다. 설상가상 남편이 병석에 누웠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 동안 장사를 못하다가 올해 4월 신발가게를 정리했다. 시장을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시장의 정 때문에 떠날 수가 없었다.

시장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커피숍을 생각하게 됐다. 골목마다 자리한 커피숍이 시장 안에는 없었다. 아담하고 예쁜 커피숍을 시장 안에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자마자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커피를 가르치는 바리스타의 나이가 아들 나이와 같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늦은 나이지만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난달 21일 카페 문을 열었다. 시장 안에 있어서 이름을 ‘시장카페’로 정했다. 아메리카노 2000원,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를 3000원에 팔고 있다. 커피가 싸다고 원두를 안 좋은 것 쓰는 것이 아니다. 돈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커피를 통해 시장 상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다.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2층에는 단체 손님들이 편히 앉아서 회의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신발가게를 정리하고 커피숍을 한다고 하니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가족들은 이제 그만 장사를 접고 편히 쉬라고 하는데, 집에서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집에만 있을 수 있습니까. 저에게는 시장이 제일 편안한 공간이고 시장에 나와야 아픈 몸도 안 아파지는 것 같습니다. 시장의 정 때문에 시장을 못 떠나고 있습니다.”

전옥자 대표에게 홍성전통시장은 삶 그 자체이다.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고, 시장에서 청춘을 보내며 이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전 대표는 “시장 식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며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힘 닿는 순간까지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옥자 대표는 손님들이 찾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상인들이 앞장서서 깨끗하고 친절한 시장을 만들어야 하고, 손님입맛에 맞는 음식 개발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홍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홍성전통시장은 꼭 한 번 들렀다 갈 수 있도록 상인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시장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에도 손님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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