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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송대천(홍성읍 고암리 538-5 은혜빌라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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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송대천(홍성읍 고암리 538-5 은혜빌라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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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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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대하며
며칠 전 집에서 아이가 타고 놀던 자전거가 없어졌다. 아동용 자전거로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이다. 아이 삼촌이 어린이 날 기념으로 사 준 자전거인데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빌라 현관을 바라보니 아이 자전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지 듣는 이들 마다 "우리도 잊어버렸었는데 못 찾아요" "잠궈 놨어야죠"라고 한 마디씩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는 다른 곳과 달리 입구가 돌아서 들어오게 되어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돌아 들어와서 그것을 가져간 것이다.

이 일이 있기 약 보름 전에도 내가 타던 자전거가 없어졌었다. 자전거를 체인으로 묶어 놓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감과 분노가 일었다. 아마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불안감 혹은 당혹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가게에 잠시 잠깐 일을 보러 가도 자전거에 신경을 써야 하고 체인으로 채워 놓아야 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일명 좀도둑 세상인 것이다.

다행히 그 자전거는 훔쳐 타고 가는 길에 체인이 풀려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에 버려놓은 것을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학생이 찾아다 주었다. 이것을 알고 있는 여섯살 아들이 하는 말 "전에도 선생님이 찾아 주셨으니까 이번에도 찾아 주실거야" 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렇게 아들은 세상을 배워간다.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누군가를 경계하고 의심하면서 말이다. 과연 그 자전거 팔아서 얼마나 나올 지 모르지만 아이의 동심을 훔쳐서 마련한 돈으로 또다른 아이의 동심을 망가뜨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홍성에 이사 와 지금 5년째 살고 있다. 홍성이 좀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채워놓지 않은 잘못만을 탓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남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는 이들이 또 이 물건을 사서 되파는 이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독자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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