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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의 결정을 존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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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의 결정을 존중 합니다
  • 홍성신문
  • 승인 2019.06.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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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자 (홍성읍 문화로 92)

오늘 홍성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하여 ‘사전 연명 의향서’를 제출하였다.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마음이 매우 홀가분하다. 이 제도는 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본인의 의향을 의식이 있을 때 정리해두는 일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백세 수명의 시대를 맞아 행복함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 대한 걱정을 한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해도 한계가 있는 법, 연명치료를 하면서 더 고통스럽고 보호자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일을 하지 말자는 요지이다.

연명의료는 현대의학으로 더는 치료하지 못하고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하는 의학적 시술로 명이 붙어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본인이 회생 가능성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지역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신청하면 된다. 이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하여 이런 제도로 스스로 처리한다면 가족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줄이고 본인의 죽음에 대한 존엄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망설이던 일이지만 일단 등록증을 받고 나오면서 생에 대한 정리라서 그런지 모든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92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젊으실 때부터 병약하신 아버지는 여러 번 수술도 하셨다.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갔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연명장치를 해 드려야 할 순간, 한번 장치를 하고 나면 법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동생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의사 선생님께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연명장치를 해드려 봐야 또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이겠는가? 또 동생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험으로 나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결단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빠짐없이 ‘사전 연명 의료의향서 등록증’을 보여주고 있다. 하라기보다는 이런 제도가 있노라고 알려만 주고 있는 것이다. 뜻밖에 보는 사람마다 모두들 해야 된다고 한다. 어쩌다 홍보대사가 되었다.

언제가 꼭 가는 길, 최소한 쉽고 편안하게 가기를 누구나 소망하고 있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살자 하면서도 생각과 다르게 마음이 봄과 여름과 가을 겨울의 사이를 널뛰고 있다. ‘사전연명의향서 등록’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 당신의 결정을 존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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