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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했다는 자신감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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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했다는 자신감 생겼습니다”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9.06.19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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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장애인체전 3관왕 차지한 황성호 선수
▲ 황성호 선수가 홍성군장애인체육관에서 실내조정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황성호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신인상까지 받았다. 신인상은 일반적으로 대회 개최지역 선수 중 우수한 실력을 선보인 선수가 받아왔다. 개최지역이 아닌 타 지역 선수가 신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 만큼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갈산중·고 행정실에 근무하는 황성호(43) 주무관은 시각장애 6급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방학숙제를 위해 곤충채집을 하다가 장수말벌에 오른쪽 눈을 쏘였다. 벌에 쏘인 후 눈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시력을 잃고 말았다.

위로 누나만 일곱명이다. 황성호 주무관이 늦둥이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던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됐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부모님의 낙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본인 또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어 의안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의안을 한 후 자신감도 많이 잃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꺼려졌다. 밖에 있는 시간보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방황도 많이 했다. 다행이 여러 차례 수술을 통해 의안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정도로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는 없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낙천적인 성격을 많이 회복했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학교에서 맡은 일에 충실하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올해 초 홍성군장애인체육회에서 전화가 왔다. 충남장애인체전에 출전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장애인 실내조정 경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간곡한 부탁에 몇 번을 거절하다가 결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실내조정 경기는 물 위가 아닌 실내에서 한다. 시뮬레이션 스크린에 가상의 배를 띄워 레이스를 펼치는 경기다. 엄청난 근력을 필요로 하는 경기다. 황성호 선수는 3월부터 일이 끝난 후 갈산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근력 운동을 했다. 조정 경기를 하는 기구가 없다보니 근력 운동 밖에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대회 출전 전까지 실내조정 기구에서 두 차례 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제25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는 지난 13~15일 태안군에서 열렸다. 실내조정 경기는 그 동안 천안시가 우승을 독차지할 정도로 홍성군에게는 열세 종목이었다. 황성호 선수는 태어나서 실내조정 경기에 처음 출전해서 많이 긴장했지만 그 동안 열심히 훈련했기에 최선을 다 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 갈산중·고 행정실에 근무하는 황성호 주무관이 제25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 실내 조정 경기에서 3관왕에 올랐다. 사진제공=황성호

첫 종목은 500m 개인전. 죽을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핏줄이 터질 것 만 같았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1분42초를 기록하며 천안시 선수를 5초 차이로 따돌렸다. 대회 첫 금메달을 딴 것이다. 500m 개인전에서 홍성이 천안을 이긴 것은 처음이다.

남녀혼성 2인조 500m 경기에는 박유미 선수와 출전했다. 1분54초를 기록하며 1분58초를 기록한 예산군과 2분1초를 기록한 천안시를 제치며 2관왕에 올랐다. 4인 단체전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것이다. 황성호 선수의 활약으로 홍성군은 실내조정 경기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제가 3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이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모두의 관심과 격려 덕분입니다. 시합 도중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관중석에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열띤 응원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황성호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제일 기뻐한 사람들은 바로 가족들이다. 가족들에게 ‘장애’는 금기시 단어였다. 누구도 장애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황 선수의 금메달로 가족들은 장애의 침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장애는 몸이 조금 불편할 따름입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체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갈산면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장비가 많이 갖춰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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