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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 <51>거트루드 스타인-커피, ‘자기 삶의 거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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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7  04: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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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미 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타인은 내 삶의 거울이다. 그것은 옷방에 놓인 거울과도 같은 존재다. 거울 앞에 서서 입은 옷을 확인하듯, 타인 앞에 서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내 삶의 현주소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증명된다. 그들이 행복할 때 내 삶 또한 행복하고 내 삶이 평안할 때 그들 또한 평안해지기 때문이다. ‘타인은 지옥’이라 사르트르는 말했다지만 타인이 없는 삶이야말로 지독한 지옥이다. 나를 감싸줄 누군가와의 소통이 없다면 생기 잃은 꽃처럼 삶 또한 시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자기 삶의 거울로 삼은 건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그녀에게 삶이란, 누군가에게 <품>이 되는 일이었다. 파리에 둥지를 튼 때부터 그녀의 집은 당대의 작가들이 드나드는 성지이자 살롱이 되었다.피카소와 마티스, 마네와 세잔 같은 화가들이 그녀의 집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아폴리네르 같은 작가들이 그녀의 집을 안식처로 삼았으며 희대의음악가 에릭 사티가 그녀의 집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초현실주의 사진 작가 만 레이에서부터 미국인 문학가 셔우드 앤더슨과 손턴 와일드에 이르기까지 당시 파리로 이주해온 예술가들에게 그녀의 집은 곧 안식처이자 보금자리였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드나들며 그녀의 공간은 하나의 현상이 되어갔다. 벨 에포크(Belle epoque)의 시대였다.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벗어나며 파리는 태평성대의 호시절을 구가했고 예술은 더없이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공간을 통해 문학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문학이 되며 서로의 영혼을 다듬어나갔다. 헤밍웨이가 수식어를 생략한 하드보일드 문체를 쓰게 된 것도, 스타인 자신이 순간에 집중하는 입체파 작법을 구사한 것도 모두가 그녀가 사는 공간, 플뢰뢰가 27번지를 통해서였다.

시대를 앞서 산 그녀에게 커피는 자신을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었다. 터번을 쓰고 남자처럼 앉아 곧잘 담배를 피워 문 그녀에게 커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매개였다. 외모에 민감한 여성들과 달리, 그녀에겐 예술과 영혼, 자의식이 절실한 화두였고 커피는 그러한 세계로 나아가는 명상의 단초가 돼주었다.

<커피는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다. 커피는 시간을 주지만 그러나 단순한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므로 한 잔 더 마시기를…> 커피 한 잔조차 허투루 마시지 않은 그녀는 피카소나 헤밍웨이 같은 마초적 남성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았고 예술의 흐름을 명확히 진단할 줄 알았으며 전쟁에 지친 <잃어버린 세대들>의 영혼을 오롯이 위로할 줄 알았다. 커피 한 잔에서도 본연의 자신을 들여다보려 한 자세가 타인의 마음을 열고 시대를 위로하는 삶의 원천이 되어준 것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된 자서전을 쓴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은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한 여인, 토클러스의 시선으로 본 그녀의 이야기였다. <스타인은 언어의 집에, 나는 스타인의 집에 있다>는 토클러스의 말처럼 토클러스의 눈엔 오직 스타인만이 보였고 토클러스야말로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비쳐 줄 거울임을 스타인 스스로 안 까닭이었다. 시대를 반 걸음 앞서면 선구자요, 한 걸음 앞서면 예언자란 말이 있다. 타인을 자기 삶의 거울로 삼고 평생을 타인의 품이 되어 산 그녀는 분명, 시대를 한 걸음 앞서 산 예언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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