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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광장/장정문(홍주초등학교 6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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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광장/장정문(홍주초등학교 6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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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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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 큰 행복
5월 6일 월요일. 오늘부터 8일까지 3일간 효도방학이다. 우리 반은 좀 더 뜻 있게 효도방학을 보내기 위해 학교에서 '독거노인 결연맺기' 사업으로 인연이 된 대교리에 혼자 사시는 임봉예 할머니를 찾아뵙기로 했다.

집에서 가져 온 쌀과 휴지 같은 것들을 학교에 모아놓고 모아진 성금으로 할머니 가슴에 달아드릴 꽃과 속 옷, 그리고 세면도구와 쌀을 샀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들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그 길이 정말 행복하고도 재미있었다. 길가에 난 풀도 논둑을 지나는 길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나섰던 길이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다 점점 손에 든 선물들이 무겁게 느껴지고 머리 위의 햇살도 따갑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핸드폰으로 계속 전화를 하셨지만 할머니는 어디에 가셨는지 전화도 안 받으시고 우리는 이 집 저 집 헤매다가 온 동네에서 짖어대는 개 소리에 약간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헤매었을 때 어떤 아주머니의 결정적인 정보로 할머니의 집을 찾게 되었을 때 우리는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랄 것도 없이 무거운 것도 모르고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단숨에 달려갔다. 다 쓰러져 가는 대문 한 귀퉁이에 작은 연필 글씨로 '임봉예'라고 써 있었다.

"할머니, 할머니!"
감격에 겨워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어, 분명히 온다고 하고 온 건데 어디가신 거지?"
대문을 밀어보니 열려 있었다.

"얘들아, 저기 저기 오시는 할머니가 그 할머니 아닐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전거를 타고 온 준이가 할머니께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얘들아, 할머니 맞아"
들떠 부르는 소리. 우리는 모두 할머니께 갔다. 허리는 너무 꼬부라 져서 머리가 바닥에 거의 달 지경이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할머니, 어디 가셨었어요? 못 뵙고 가는 줄 알았어요."

"마실 갔었어. 내 정신이 이래."
우리는 할머니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어머님 은혜' 노래를 불러 드렸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마워. 아이구 착한 학생들 나중에 복 받을 거야 고마워."
어느 새 할머니의 주름 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35세에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셔서 삼남매 키우며 50년 남짓 갖은 고생 다 해가며 혼자 사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장난기 많고 까불대던 남자아이들도 눈을 적셨다.

우리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뭐 도와 드릴 것 없나 하다가 할머니의 집 청소를 시작했다. 몇 몇 아이들은 할머니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안방 돗자리를 걷고 털고 닦고 또 부엌 청소와 설거지를 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의 상을 보니 반찬은 다 떨어져 가는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물 뿐 변변한 먹을거리도 없고 걸레감도 없어서 새까맣게 뭉쳐진 작은 것이 전부였다. 갑자기 들어 온 수건이 많아 이리저리 쌓여있던 우리 집 수건이 생각났다.

'흔한 수건도 이렇게 필요하구나……. 다음에 올 때에는 많이 가지고 와야지'
생각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너무 놀랐다. 그리고 맛있는 반찬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학원다니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을 찾아줘서 고마워... 어서 빨리 내가 죽어야 할텐데... 이런 착한 학생들을 보니 진짜 친손자 친손녀 같구먼."
할머니께서는 감격스러우신지 그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그래야 저희도 할머니 댁에 많이 놀러 오지요. 약속하시는 거예요."
"말이라도 고마워."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진정한 효란 거창하고 돈이 많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활동과 따뜻한 마음이 할머니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에는 생활용품 몇 가지와 맛있는 나물 반찬을 들고 또 할머니 댁을 찾아뵐 것이다.

"할머니, 빨리 떠나겠다는 말씀 마시고 남은 여생 건강하게 사셔야 해요. 저희가 다음에 꼭 놀러갈께요!"
<독자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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