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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 <46> 벤저민 프랭클린 - 카페에 앉아 미국 역사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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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 <46> 벤저민 프랭클린 - 카페에 앉아 미국 역사를 다시 쓰다
  • 홍성신문
  • 승인 2019.05.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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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미 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가슴에 남겨지는 삶은 행복하다. 누군가의 가슴에 발자국을 찍어, 그 흔적으로 살게 하는 삶은 행복하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늘 누군가의 발자국에서 시작됐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길을 내고 그 길 어디쯤에 이정표를 세우며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거기 선물처럼, 떨림이 있었다. 말, 글, 행동 혹은 눈빛으로 전해지는 떨림은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들어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했다. 가지 않은 곳에 길을 내고 새로 난 길에 이정표를 세우는 그 모든 일들은 따지고 보면 크고 작은 떨림에서 시작됐다. 세상을 다르게 살려는 떨림, 조금은 아름답고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려는 떨림이 자기 안의 거인을 깨워 꿈꾸고 일하며 정진하게 만든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평생을 떨림으로 산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달력,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지혜를 담아 만든 영혼의 식탁이었다. 달력의 여백에 철학과 지혜, 교훈, 잠언 등을 담아내며 그는 가난과 무지를 깨우치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책이 귀하던 18세기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가난했고 먹고 사는 일에 쫓긴 젊은이들은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일터로 내몰려야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한 그에겐 꿈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세 끼 밥상을 차리듯 그렇게 영혼의 밥상을 차려 그는 날마다 세상 속으로 나아갔다. <잠자는 여우는 한 마리의 닭도 잡지 못한다> 거나 <녹슨 쇠로는 좋은 칼을 만들 수 없다
> 는 잠언에서부터 <거짓은 한 다리로 서지만 진실은 두 다리로 서고> <자기보다 못한이에게 공손한 것이 진정한 인격>이라는 처세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상에 전하고픈 지혜들을 모아 달력을 만들었다.

달력에 쓴 잠언처럼 그의 삶은 근면했고 또한 성실했다. 벼락이 전기라는 사실을 밝혀내 만든 피뢰침, 나무 화로의 불편을 개선한 프랭클린 난로, 그리고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가스등과 다초점 렌즈 등은 어눌한 세상을 밝혀준 발견이자 발명이었다. 활자 중독일 만큼 책을 사랑한그는 과학과 발명, 언론, 외교,정치 그리고 미국 건국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참여하며 세상을움직였다.

그의 삶에 커피는, 숙명처럼 스며든 또 하나의 물줄기였다. 폴저스라는 커피 회사의 선조답게 그는 유럽에 머물 때면 카페에 들러 세상을 논했다. 때로는 사업가로, 때로는 외교관으로 영국을 찾으며 그는 런던에 있는 카페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영국은 ‘페니 대학’이 유행이었다. 1페니만 내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는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페니 대학’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여론의 요새가 돼주었다. 지옥의 국물과도 같은 커피 맛과 달리, 커피하우스의 분위기는 평온하고도 아늑했다. 영국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카페에 앉아 그는 미국의 독립을 도모하며 체스를 두고 밀담을 나눴다. 훗날 그가 미국 독립과 건국의 기초를 이룬 건 모두가 런던에머물 때 익힌 외교 감각 덕분이었다.

1776년, 그는 마침내 파리의 한 카페에서 미국 역사를 다시 썼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를 마주 한 자리에서였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에 프랑스 지원은 절대적이었고그는 유서 깊은 카페 프로코프에 앉아 프랑스 국왕의 지지를 얻어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그의 떨림이 프랑스 국왕의 마음을움직인 결과였다. 그가 떠난 지 2백여 년, 그의 삶에 자양분이 된 프랭클린 다이어리는여전히 스테디셀러가 되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가지 않은 곳에 길을 내고 그 길에이정표를 세우는 기나긴 여정은 프랭클린과같은 또 다른 누군가의 떨림을 여전히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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