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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물사 43. 시어도어 루즈벨트“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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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09: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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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의식(儀式)이다. 그것은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고독한 순례다. 한 알의 씨앗이 품고 자랐을 바람과 햇빛, 그리고 생명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것이 바로 커피인 것이다. 그러기에 커피는 고독이다. 소란 속에선 결코 읽히지 않는 인간의 마음처럼, 한 잔의 커피 또한 소란 속에선 결코 읽혀지지 않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할 때 커피는 비로소 제 품을 열어 본연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커피가 치유의 음료로 쓰이는 건 이 지점에서일 것이다. 카페인의 효용을 넘어, 커피가 주는 명상과 침묵, 관조와 집중이 위장과 풍토병, 그리고 천식을 치유하는 치료제가 되어주는 것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에게 커피는, 생명의 빛이자 삶의 근원이었다. 어려서부터 간질과 발작, 천식을 앓은 그에게 의사는 아이들에게 금기시되다시피 한 커피를 권했다. 그의 나이 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미국엔 천식을 치료할 약제가 없었고 천식으로 인해 호흡이 가빠질 때면 그는 커피를 마셔 증상을 완화하곤 했다.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 덕분이었다. 간을 통해 분해되는 카페인은 대사 과정을 거치며 테오브로민 파라크산틴 테오필린으로 바뀌는데, 테오필린이란 물질이 기관지를 확장시키며 천식에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에게 질병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질병 덕에 그는 아버지와 마라톤을 할 수 있었고 마차에 올라 동네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었다. 대학 시절 럭비 선수를 한 것도, 복근에 탄성이 붙도록 운동을 한 것도 모두가 숙명처럼 타고난 질병 덕분이었다.

 

42살에 대통령직을 승계하며 미국 정치사의 전설이 되었지만, 그의 삶은 늘 양지보다 음지에 가까웠다. 그의 곁엔 천형처럼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대학 시절 아버지를, 청년 시절 남동생을, 결혼 초 아내를 떠나보내며 그는 슬픔보다 독한 생존을 배웠다. 그에게 있어서 삶은, 떠난 자의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대리전과도 같았다.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 앞에서 그는 정면 승부로 자기 앞의 생을 헤쳐 나갔다. 경찰청장에서 해군 차관보, 주지사, 부통령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는 화려한 정치 행보는 떠난 자의 몫까지 살아내려는 그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의 삶은 그러나, 양날의 칼처럼 위태했고 위해했다. 포획한 곰을 풀어줘 테디 베어란 별명을 얻었으나 그는 실상 냉혹한 프로 사냥꾼이었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평화론자였으나 스페인과의 전쟁을 밀어붙인 전쟁 불사론자였으며, 분쟁의 조정자를 자처했으나 실상은 약소국의 주권을 빼앗아 자국을 배불린 냉혹한 제국주의자였다. 미국이 필리핀을, 일본이 조선을 지배한다는 가쓰라 태프트 조약은 그의 재임 시절 이루어진 제국주의의 또다른 망령이었다.

 

<Good to the last drop!>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다는 그의 커피 예찬은 커피에 대한 최고의 찬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하루 3.8리터의 커피를 마셨고 커피잔이 욕조보다 커 보일 만큼 커피를 사랑했지만 그는 왜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맛있다던 커피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았던 걸까. 커피 한 잔에도 명상과 침묵, 관조와 집중을 배울 수 없다면 누군가의 삶에 때론 위해가 될 수도 있음을 그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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