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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암것도 음써. 고물 장사가 다 가져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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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암것도 음써. 고물 장사가 다 가져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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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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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야기 갈산면 내갈리 내갈마을<1> 내갈리 마을의 보물 찾기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성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예전에 쓰시던 물건들은 깊이 있나요?
"집에 암것도 음써. 고물 장사가 다 가져갔어.”

‘워따 놓치 못해서’ 준다는 값에 내뿌리고 내뿌려 버렸지만 어르신들께서 마지막까지 내뿌리지 못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없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찾다 보니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사람 나이, 물건 나이보다 더 오래된 집 어느 켠에 먼지를 쓴 물건들이 잠잠합니다.

▲ 절구 절구공이, 뒤에 보이는 문짝들도 보관 중이다.

이건 안 줬어, 달라구 하는데 안 줬지.
짐짓 암 것도 아니라는 듯이 보여주시는 물건들마다 낡음의 시간 동안 쌓여온 낮과 밤의 이야기들이 뚝뚝 떨어집니다. 사람의 눈길과 감탄사를 맞이한 오래된 물건들에서 보물처럼 형형히 빛이 납니다.

 

어느덧 세상이 바뀌었다. 무엇 하나 심고 거두고 찧고 까부르지 않아도 몇 천 원이면 5분 안에 입에 뭔가 집어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몸에 기억된 시대. 몸의 일이 바뀌고 기억도 시대도 그 책장이 넘겨졌다.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를 그 무엇을 옛 물건을 더듬어 찾아가 본다.

 

“참 숭학했지… 지금들은 월매나 편혀.우리 덜은 그런 시대를 타고 나서 고생 많이 했지.”

정갈하게 벽에 매달리고 기대어 놓은 부엌살림들.입 많은 식구들 해 먹이려 당장이라도 벽에서 내려와두터운 어머니의 손에 잡혀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지어줄 것만 같다. 이렇게 해 가지고서. 콩 다식이나 쌀 다식 같은 것을 주물러서 만들어서 여기다 꼭꼭 뻗쳐.여기다 기름 발라가지고서 그럼 이렇게 나와.무늬도 아버지가 손수 다 팠어.예전의 물건은 그것이 필요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저 다식판을 만드시던 아버지의 칼끝이 단단한 나무를 만났을 때
보기에 좋은 별 모양, 격자 모양을 새기기 위하여 얼마나 반듯한 정성을 쏟았을까?
시대가 바뀌고 다식판을 만들던 아버지는 만날 수 없지만, 그 물건은 여전히 남아있다.
남아 있는 물건은 바뀐 세상에서 더 이상 쓰임이 없어 집안 한구석에서 잠잠하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물건들이 생존 그 자체였던 시대.


요즘에는 삶의 필요를 내 손으로 만들어 내던 그 시대를 역으로 배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삶과 물건이 강하게 연결되었던 그 시대에 있던 것,지금 편리한 세상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두 손으로 그 길을 따르고 있다.

“어르신, 저 나무는 뭐예요?
저기 세워놓은 거요.”
“옛날 도마지 떡 하는 도마. 여기(앞판)는 떡 허고, 저기(뒷판)는 고기, 뼈.”

▲ 뼈대기 도마. 두께 15cm의 나무 도막을 뼈대기 내려치는 도마로 사용하셨다. 지금은 고추를 말리기 위해 덮은 이불 위에 묵하게 얹어 있다.

예전에는 판판한 모양이었을 나무 도마가 움푹하다. 움푹한 앞판에서 인절미를 해서 드셨다는데 지금은 떡은 하지 않으신다.“그렇지... 그랬는디 지금 누가 인절미 하는 사람 있간?” 도마에 새겨진 칼자국.도마에도 나이테가 있다.

도마의 나이를 여쭤보았는데, “몰러, 여기 오니께 있데.”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도마 나이테는 할머니와 시어머니 그리고 시할머니까지, 세 세대의 삶의 시간 동안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손을 타며 새겨졌다.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김새롬, 문수영, 이은정, 주란)<대상마을 모집>

 

마을조사 및 마을책자 제작에 함께 할 마을을 모집합니다.
△대상 :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마을
             마을자원 발굴 및 마을책자에 관심이 있는 마을
△연락 : 홍성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041-635-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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