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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홍성2030 기획인터뷰(3)/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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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홍성2030 기획인터뷰(3)/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8.12.1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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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과 면 사이 격차 줄여야 한다”

인터뷰 순서
<1>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2>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4> 전병민 한국정책연구원 고문

김정섭 박사는 예산군 덕산면 농가에서 태어나 덕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지역사회개발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에서 12년을 근무한 후 2018년 안식년을 맞았다. 안식년을 외국에 나가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김박사는 농촌 오지에 묻혀 일년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지난 3월 홍성군 장곡면 농협 옆에 방 한 칸을 얻어 지내고 있다. 장곡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 홍동의 여러 다기능 사회적농업은 한국 농촌이 앞으로 가야할 중요한 패러다임이라 생각한 그는 이들 옆에서 관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의 관찰은 내년 2월말까지 계속된다. 2030년, 우리나라와 홍성 농업농촌의 가능한 미래와 그가 선호하는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환경농업지역 홍성 풍경
도시인들 와서 실망한다

-앞으로 10년 지나면 농촌이 변할 것 같은가, 그대로 일까?
▲10년은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된다. 200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촌공간 2020 미래약속’ 연구에 동참한 적이 있다. 그때 내다본 계획은 지금 실현 된 것도 있고 너무 과한 꿈을 그린 것도 있지만 14년도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미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동안 해 온 것을 바탕에 깔고 더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야 한다고 볼 때 지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있다.
‘홍성’ 하면 환경농업을 연상한다. 홍성은 환경농업 면적이 넓고 농산물이 많이 나오는 등 수치로 좋은 평가를 받고 선전도 많이 돼 있다. 그런데, 도시인들이 홍성에 와 보면 실망한다. 환경농업 하면 생태환경이 잘 보존돼 깨끗한 물이 흐르고 아름다운 농촌을 생각하는데 오염된 물이 흐르고 악취가 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한다. 그러면 도농교류가 어렵다. 사실 홍성은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도농교류의 메리트는 없는 지역이다. 산천이 아름다운 강원도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도만 못한 자연적 조건을 갖고 있다. 충남이라면 태안 정도가 더 선호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악취는 백 퍼센트 양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축산악취는 물론 해결해야지만 생활하수도 큰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홍성읍, 내포신도시는 생활하수처리 시설이 돼 있지만 면단위는 전혀 안 돼있어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이 동네 이쁘네’ 하고 느껴야 도농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다.

-농민이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도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같은 농촌을 만드는 것은 문제 아닌가? 도시인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유기농업으로 서비스하는 농민, 갑을관계 처럼 된다면 그것도 문제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악취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도시인이 아니라 동네에서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이웃들이다. 농민은 도시인에게 생산물을 팔아야 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도농교류가 활발해 농산물 판로가 확대됐다. 그때 활발한 도농교류로 오늘날 유기농업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 농민들은 도시인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그렇긴 한데 관광농업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5천 원 내고 고구마 캐는 것 같은 체험관광은 도농교류라고 보기 어렵다. 우린 이렇게 깨끗하게 농사짓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여기서 나오는 농산물은 좋겠네하며 사가고, 젊은 사람들도 홍성가서 살가 생각한다. 그저 서비스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2ha 중농이며
농외소득 겸업농 많아야

-홍성의 인구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인터뷰하자고 해서 홍성군 통계를 찾아봤다. 1980년 13만 2천명이었으나 계속 줄어 2012년 8만 9천명까지 떨어졌다. 다시 늘기 시작해 10만 명이 약간 넘었다. 도청이 들어와서 그렇다. 내포에 자리가 비어있으니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5년 정도는 비슷하게 갈 것이다. 전국 인구가 줄어든다. 농가 인구 구성이 중요하다. 아까 말한 경관이 아름다운 농촌관리, 유기농업, 도농교류를 모두 동시에 해야는데 젊은 농민이 없으면 못 한다. 홍성은 전국의 다른 농촌에 비해 인구는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 경지 규모를 보면 둘로 갈라진다. 3ha 이상 경작하는 큰 농가와 작은 규모의 농가는 조금씩 늘고 중간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 1.5ha 내지 2ha 사이 농사를 지으며 소득의 절반 이상을 농사로 충당하는 겸업형 기본층 농민이 없어지고 있다. 유기농, 도농교류, 지역일 할 사람은 중간층이라서 두터워야 한다. 미래는 이 부분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 열심히 농사 짓지만 다른 것을 같이 해 수입의 절반을 획득하는 중농이 필요하다.

-농촌에서 농사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나?
▲홍성군 장곡과 홍동지역이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은 논에 물고기를 기른다. 어떤 이는 도시 학생들 오라고 해서 일 체험시키고, 장애인 농사를 돌봐주는 일을 한다. 단순히 유기농만 한다고 생태계가 좋아지지 않는다. 농사지으며 꽃도 심고 잡초도 제거하며 청소도 하려면 손이 많이 가게된다. 이런 일을 다 자원봉사로 만 할 수 없다. 네덜란드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환경을 관리한다. 새들을 관찰하고 생물 다양성을 조사해 기록으로 남긴다. 농촌에 다양한 일을 개발하면 농업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다. 이런 일은 시간이 있어야하며 농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규모화된 전업농은 농사일에 바쁘고 농업을 모르는 사람은 못한다. 중간층 농민이 해야한다.

-홍성의 고질인 축산업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나? 축산문제 토론회에서 친환경축산으로 전환해 특화된 홍성 브랜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리있는 말이지만 결국 총량이 문제다. 언젠가는 사육 숫자를 늘리지 않게 규제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을 두고 당사자와 상의하면서 실천해야 한다. 오염을 철저히 단속하고 잘 지키는 소수 농가에게 인센티브를 줘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지역농업네트워크에서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홍성의 유기농업 인증농가는 669호며 생산량은 전체의 1.83%로 나왔다. 홍성군은 2%도 안 되는 유기농업을 위해 왜 전력을 기울이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전국 평균 유기농업 2%보다 홍성이 살짝 낮다. 저농약 농가를 유기농업에서 빼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 봐야한다. 정말 행정력을 다 투입하나? 예산편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유기농업에 투자하는 건 비료 외에 별로 없을 것이다. 유기농업, 환경농업을 띄우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될 것이다. 홍성의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으로 나쁜 일은 아니다.
 
-스마트농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홍성에서는 가망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스마트농업이란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농업인데 홍성에서 그만한 자본 있으면 논농사를 크게 짓거나 축산업에 투자하지 원예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팜은 대규모 시설 몇군데서는 하겠지만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일반 농민이 자기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인데 20억씩 융자얻어서 하겠나?

숨어있는 사람 찾아야
유기농은 환경보존으로

-홍동의 선진 사례를 홍성군 전체로 확산시킬수 있는 방안이 없을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홍동의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이 20년 만에 장곡으로 퍼져나갔다. 군내 다른 면으로 확산될 수 있다. 홍동과 장곡은 당국의 정책사업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만든 창의적인 것이 특징인데 그럴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있다. 결성면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서울 증권회사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시골 와서 돈 좀 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렇지 않았다. 혼자 돈 벌지 않고 지역에 관심이 많은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란 걸 발견해 마을학교를 맡겼다. 그가 마을에서 함께할 사람을 찾아내 잘 하고 있다. 그런 능력있는 사람은 다른 면에도 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행정기관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며 지원하면 된다. 행정은 센터가 일 할 수 있게 지원하면 된다. 모두 홍동과 장곡 모델을 따를 필요는 없다. 각자 자기들의 형식을 찾아 창의적으로 하는 것이다.

-10년 후 우리농촌은 더 좋아질 것인가, 나빠질 것인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좋아진다 나빠진다는 건 의미 없다. 지역 안에서 격차가 심해질 것이다. 장곡에 3천명, 홍동에 3천명 사는데 홍성읍, 홍북면에서 수만명씩 산다. 2016년 홍성읍에서 280명, 홍북읍에서 324명 태어났는데 결성면에서 3명 태어났다. 100배 차이다. 면지역이 텅 비고 모두 읍지역에 몰려사는데 홍성은 환경농업지역이라고 선전할 수 있겠나?. 이런 내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홍성은 부정적으로 비칠 것이다.
 
-끝으로 홍성은 어떤 미래 모습이 되기를 원하나
▲면지역에 투자해야 한다. 30대에서 40대 초반까지 젊은 사람이 면에 들어가 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젊은 귀농자들을 붙잡아 살 수 있게 해야한다. 지금 면에서는 농사 말고 할 게 없는데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다기능 농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업의 다기능 가치가 중요하다. 홍성의 미래는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보존하고 경관을 깨꿋하게 유지하는 농촌이 되어야 힘을 받을 것이다.
홍성읍과 내포 공무원 부인들이 홍동, 장곡, 구항에 가보니 이동네 깨끗하고 재밌네 하며 농산물을 사가고 내포에 매장 내 달라고 군청에 요청하고 농민들이 거기 가서 팔며 지내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푸드플랜 계획을 세우는데 너무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면지역과 홍성읍, 내포신도시 사람들 사이에 먹거리가 중간 역할을 해 살맛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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