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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압곡마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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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압곡마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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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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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곡에 대한 ‘기억’에 취하다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성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압곡에 대한 '기억'에 취하다 - 1부] 에서는 혼례와 주막, 상여와 장례, 담배산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뤄보았어요.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1~2부 못지않은 재미난 이야기들이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3부에서 바로 시작할게요. 

 

▲ 압곡마을 팽나무와 구 마을회관.

5. 마을 길
드르륵, 드르륵. 어르신들의 전용차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네요. 오늘은 어디를 가실까요?
옛날에는 마을 길이 좁아 한 사람 다니기도 어려웠다고 해요. 차도 다니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인데요. 그 속에는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답니다. 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마을 길 이야기, 같이 들어 보아요.

옛날이는 이렇지 않았지. 다 쫍았지.
좁게 흙으로 대니고 쪽 빠지게 그냥..
- 이희순 (75)

홍성에서 예식하고 택시 타고 오는데 길거리 안 좋아 갖꼬 사람들이 밀고 왔어. 차가 안들어가니께. 비 오면 차 못 댕겼지. 포장이 안 됐응께. 지금은 포장돼서 어디라도 가지.            
- 유희수 (68)

지금 차 갖고 들어오는 길이 옛날이는 좁았거든. 차가 안 댕였으니까. 뭐 농사짓더라도 다 지게로 지고 다니구. 소로 마차를 끌어가구. 옛날 으른들은 엄청 고생했지. 옛날 으르신들이.            
- 김동섭 (60)

옛날에 십 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헌다고 허더니, 여기 다 금수강산이여. 십 년 지나서 다 변혔어. 옛날 같지 않어. 옛날엔 이 농로가 자즌거 하나, 기술자 하나 타고 대닐 정더로 좁았어.           
- 전봉수 (66)

긴밭 옆에 갱신히 사람 하나 걸어댕길만하게 길이 있었어. 여기 넓은 길이 없어서 그렇게 댕겼었었어. 맨날 동네 사람들이 고민이 많고 그런 게 인제 우리 영감 하시는 말씀이 긴밭을 사므는 내가 거기다가 차 댕기게끔 길을 내것다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씀을 하셨어. 그래서 긴밭을 사매, 포크레인 불러다가 즉시 길을 냈어. 흙길을 넓게 내고 나서 1년 있다가 동네 이장님이 군에다가 배경철이라는 사람이 많은 땅을 시사(=기증) 해서 우리 마을에 길이 됐는디, 포장도로를 헐 테니께 세멘트 좀 주야 되겠다. 이렇게 해서 군에서 나와서 다 깔아 줬지. 차 들이게 길 내가꼬 홍성서 군수 상도 타시구. 그르케해서 긴밭 옆 길이 난 거여. 땅 많이 시사했지.
- 방점분 (82)

▲ 압곡 마을로 들어가는 길.

이 길(=마을회관에서 압곡마을 입구 방향 큰길로 이어지는 길)을 낼 적에, 큰 길하고 연결이 안 되었어요. 난중에 경지정리 할 때 이어졌거든. 여기 쯤(=긴 밭 앞 쪽 길) 가다 끊어졌었는데, 택시 운전사가 여기 길이 끊어졌을 거라고는 생각을 않고서 그냥 몰고 갔단 말여. 저녁에. 갑자기 길이 끊어졌으니께 밑으로 미끄러질 수밖에. 다행히 사람은 안 다쳤는디, 그 사람이 급하니께 우리 집 께로 와서, 나를 찾는 거여. 그래서 왜냐 그러니께, 차가 빠졌는데 보아하니 경운기가 있으니 좀 건져 주는 게 좋겠다고. 급허니께 구혀야지. 그쩍에는 한창적이고, 내가 심(=힘) 께나 좀 썼었어요. 그래서 밤에 나가서 그걸 꺼내 주고, 꺼내 주니께 되돌아가서 갔지. 그러고 나도 그냥 오고. 그때는 캄캄하니께 얼굴도 모르고 각자 가버렸단 말여.  그랬는디 언젠가 밤중에 워디 갔다 오다가 택시를 잡아서 오게 됐어요. 우리 집에 까정 데려다 주더니 택시 요금을 안 받는 거요. 왜 택시 요금을 안 받느냐 그러니께 아, 일로 들어가는 거 보니께 내가 아무 때 어르신네 혜택을 입었으니까 내가 한 번은 갚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서 택시 요금을 안 받고 그냥 가 뻐리대요.
- 전용제 (90)

<다음호에 계속>
홍성 청년마을조사단(김미화, 남지현, 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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