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사람들은 누구나 이상향을 꿈꾼다. 현실의 결핍을 채워줄 완전한 세상이다. 거기엔 슬픔도 없고 불행도 없으며 가난이나 질병, 고통도 없다. 오직 사랑과 기쁨, 행복이 넘쳐날 뿐이다.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는 무릉도원이나 초승달 모양의 섬 유토피아, 티벳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샹그릴라는 이름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상상 속 이상향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이상향이 있다. 이니스프리다. <나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거기서 진흙과 가지로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 일구고 꿀벌 집 지으며/벌들이 웅웅대는 숲에서 나 홀로 살리/거기서 나 평화롭게 살리/평화는 천천히 방울지며 오기에...> 방울지며 올 평화의 땅 이니스프리를 꿈꾼 건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였다. 이국 땅 런던의 낯선 거리에서였다. 꿈을 찾아 떠났지만 마음엔 늘 고향을 품고 산 그였다. 그의 조국 아일랜드는 전쟁과 기근, 종교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고 섬세한 영혼을 가진 그에겐 모든 것이 고통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고향의 섬, 이니스프리로 돌아가 꿀벌과 콩밭을 돌보는 목가적 삶을 꿈꾸었을 것이다.
“카페에 있을 때면 온 몸이 화르륵 타버릴 것 같은 환희를 느낀다.”던 그는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와 더불어 더블린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한 커피는 아일랜드의 전설이 되어 아이리시 커피로 재탄생했다. 커피에 소량의 위스키를 넣은 위티의 일종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상향을 꿈꾼다. 거기엔 사랑과 풍요,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선물처럼, 커피 또한 곁들여져 나올 것이다. 온 몸이 화르륵 타버릴 것 같은 환희를 가진 그 커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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