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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기범<광천중학교총동창회장·너른내장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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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기범<광천중학교총동창회장·너른내장학회 이사장>
  • 윤진아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18.10.1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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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나눔문화 마중물 될 것”
 

지난해 광천중총동창회 회장 취임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스피치’ 강의실에서 편기범(14회·사진) 광천중학교총동창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11월부터 광천중학교총동창회를 이끌고 있는 편기범 회장은 21일 열리는 ‘제46차 총동문 체육대회 및 장사익 음악회’와 15일 개최될 ‘너른내장학회 2018 장학금 수여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동창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예요. 이 나이에 감투욕에 눈 먼 것도 아니고 왜 그 고생을 또 하냐며 가족들이 뜯어말렸죠. 광천에서 총동창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결혼식 간다’는 핑계 대고 다녀오곤 했다니까요.(웃음) 광천 인구가 줄고 학교들도 통폐합되면서 자연스럽게 동창회도 위축된 것 같아요. 동창회 활성화를 위해 구심축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고심 끝에 수락했죠.”

희망 전파하는 동창회가 진짜 ‘명문’

기왕 총대를 멘 이상, 타의 모범이 되는 동창회로 꾸려보겠다는 포부에 힘이 실렸다.

“동창회장을 명예직이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잘해낼 수 없어요. 동창회장은 봉사직이거든요. ‘모교에 봉사할 기회’로 여기고 열정을 쏟고 지갑도 열어야 설령 나중에 서운한 소리를 듣더라도 허무하지 않아요. 2006년 개교 60주년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여한 없이 봉사했다는 마음이 드니 뿌듯하더라고요. 금전적으로 1원 한 장도 잡음이 안 생겼고, 없던 장학금도 2억 넘게 만들어놨죠.”

이번이야말로 내 모교, 내 고향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마음으로 회장 직을 수락한 만큼, 보람 있게 베풀 계획이다. 다른 동창회들이 본받을 만한 ‘나눔 전통’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에도 왠지 믿음이 갔다.

21일 총동문 체육대회 및 장사익 음악회

오는 21일 열리는 총동문 체육대회도 전에 없던 행사로 꾸릴 예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행사가 일 년에 한 번 전체 동문이 모이는 체육대회일 텐데요. 으레 그래왔듯 우리끼리 먹고 마시는 ‘그들만의 잔치’ 말고, 뭔가 남는 게 있는 행사로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는 ‘어느 동창회에서 체육대회를 해서 연탄이 몇백 장 들어왔다더라, 쌀이 몇 포대 들어왔다더라’ 같은 후일담이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웃음)”

이런 동창회 문화가 정착된다면, 자신도 ‘마누라 몰래’ 동창회장직을 맡은 보람이 남지 않겠느냐는 너스레에 미소가 고인다.

“경비를 줄여 베푸는 데 쓰고, 무의미한 레퍼토리 대신 뜻깊은 일들을 하기로 했어요. 우선, 모교 행정실을 비롯해 지역 내 필요한 곳에 냉동고를 기증하고, 나머지는 행운권 추첨을 통해 동문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미 12대의 냉동고를 구매해 광천으로 보내놨어요.”

편기범 회장은 이번에 의례적인 총동창회장 인사말을 대신해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동문 자랑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


“10년간 익명으로 기부해준 동문, 자기 이름으로 200만 원을 기부하면서 남몰래 친구 이름으로도 100만 원을 더 기부한 동문 등등, 아무도 모르게 해 달래서 지금껏 비밀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선한 이야기들을 널리 퍼뜨리려고요.(웃음) 이런 동문들이 많아야 다들 자부심도 생기고, 선한 마음이 전파되면서 진정한 명문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오후에는 600석 규모의 광천중학교 강당에서 ‘장사익 음악회’가 열린다.

“그간 조용히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온 장사익 동문이 선뜻 무료공연을 결정해줬어요. 고맙죠. 광천중학교 강당이 부채꼴 모양이라서 어디 앉아도 로얄석이니,(웃음) 모두들 행복한 시간이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장사익 문화사업’ 총동창회 앞장

‘나누는 축제’라는 새 장을 열면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것이 또 있다. ‘장사익 문화사업’이다.

“광천을 대표하는 게 새우젓, 김 둘뿐인데, 그 못지않은 문화재로 장사익을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장사익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소리꾼이잖아요. 장사익이 발성 연습하던 삼봉 뒷산 등산로를 ‘장사익 올레길’로 조성하고, 장사익이 살던 집 앞 폐교를 활용하면 기념관도 만들 수 있어요. 장사익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장사익 거리도 좋지요. 광천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장사익 올레길에 올라가 소리도 한번 질러보고, 음향시설을 갖춘 기념관에서 장사익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여행코스를 만드는 겁니다.”

광천중학교총동창회는 광천중학교의 자랑인 장사익을 널리 알리며 지역경제도 살릴 ‘장사익 문화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광천 사람들 중에서 장사익 공연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없더라고요. 오는 11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장사익 소리판 ‘자화상 七’ 공연이 열립니다. 광천중학교총동창회에서 약 천 만 원을 들여 입장권을 사고 버스도 2대 대절했어요. 광천 봉사·자선·관변단체 관계자 등 광천읍민들을 서울로 모셔와, 음향시설 좋은 곳에서 장사익 공연의 진수를 경험하게 하려고요.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준 동문들도 초대하고요.”

40년간 장학금 6억원 기부 ‘나눔 대표주자’

한편, 15일에는 편기범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너른내장학회의 2018 장학금 수여식이 광천 현대예식장에서 개최된다. ‘너른내’는 광천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너른내장학회는 2000년 설립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운 홍성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1979년부터 지속해온 광동초(현 광천초) 장학금을 합하면, 편기범 이사장의 장학금 역사는 올해로 40년째다. 그동안 이어온 정성은 어느덧 5억5000만 원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 6억 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편기범 이사장은 ‘한국 웅변계의 대부’로 불리며 국제웅변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50여 년 웅변 외길을 걸어오면서 대통령상을 3회 수상했으며, 다양한 지도와 강의를 하고 있다. 국제웅변학원을 경영하며 국내 저명인사를 다수 지도했고 현재 관공서,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선거연설 자료-원고집>, <선거 연설의 방법과 실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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