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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산티아고 순례길<12>/ 성도미니꼬 무덤이 있는 성당서 저녁 미사이현수<홍성읍 남장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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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4  16: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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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수<홍성읍 남장리>

오늘은 20킬로미터정도만 걸으면 되므로 짐을 보내지 않고 모두 지고 걸었더니 가까운 거리임에도 힘들었다. 발바닥이 많이 아프고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깨나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헤라를 빠져나와 언덕을 올랐을 때는 포도밭과 밀밭이 대부분이더니 길을 걸을수록 온통 초록빛 밀이 자라는 긴 구릉들이 반복되더니  점점 노란 유채 밭이 많아져 예쁜 풍경이었지만 몸이 힘드니 풍경이고 뭐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도착 한 시간 전쯤에 제법 큰 마을을 만나서 카페에서 요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는데 그 마을은 골프장이 있는 휴양지로 운영되는 듯 리조트나 별장으로 운영될 것 같은 집들이 있고 우리가 발견한 카페도 순례자들이 주로 찾기보다는 골프장 손님들을 위한 곳인 듯 보여 다른 곳이 있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더니 끝내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배는 고프고 날씨는 덥고 물도 떨어져 지치고 갈증이 나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딸아이가 젊어서인지 나보다는 덜 지친 듯 잘 걷더니 막판에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느냐고 불평하더니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얼마 안 남았다면서 한시면 도착한다고 격려하며 나를 이끌고 걸었다.

오늘의 목적지 산토도밍고데라깔사다에 도착해서 보니 제법 큰 마을이었는데 우리가 묵을 무니시팔이 론세스바예스 못지않게 깨끗하고 시설이 좋아 기분이 좋았다.

짐을 풀고 샤워와 빨래를 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가지고 오는데 알베르게 옆에 음식점이 소문난 맛집인지 손님이 북적거렸는데 이곳 현지인들도 오늘이 특별한 날인 듯 어른들은 정장을 주로 입고 아이들도 드레스같은 예쁜 옷으로 차려 입고 그 집에서 나오는걸 보았는데 주방에서 밥을 하고 있을 때 한 분이 그 집 순례자메뉴가 무척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식탁에서 우리를 앞질러간 자매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몇 시에 도착했느냐고 물으니 열한시쯤 도착했다고 해서 놀랐다. 마트에서 산 돼지고기 삼겹살을 오레가노와 소금 뿌려 마늘, 양파와 함께 굽고 두 쪽은 썰어서 김치통조림과 함께 볶아서 내일 아침에 비벼 먹고 나가려고 접시에 담아 부엌 한편에 놓아두고 구운 삼겹살과 요구르트 얹은 야채 믹스하고 같이 먹으니 먹을 만했는지 딸아이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딸아이가 설거지하고 나는 양치질하고 두통이 있어 타이레놀 한 알 먹고 일곱 시까지 쉬다가 성당에 갈 겸 나가기로 했다.

숙소를 나가 광장에 나가니 점심때 보았던 정장을 차려입은 어른들과 파티복으로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기다란 고무풍선을 든 아이들 그리고 얼굴에 그림을 그린 아이들이 마구 뛰어 다니면서 놀고 있었는데 결혼식이라도 있었던 듯 했다.

우리가 가려는 산토도밍고성당문은 아직 열리지 않아 밖에서 이곳저곳 구경했는데 묵은 때를 벗겨내는 공사를 했는지 오래된 성당 같지 않게 외관이 깨끗했다. 신부님인 듯 보이는 남자가 성당 문을 열고 성당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가기에 따라들어 갔더니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가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성당 안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고 궁금해서 사람들이 모두 나온 지하에 내려갔더니 누군가의 무덤이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성도미니꼬의 무덤이라고 했다.

토요일 특전미사인데 사람들이 많았다.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어찌어찌 미사가 끝나갈 즈음 신자중 하나가 십자가를 들고 제대 옆에서 서 있기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미사가 끝나자 신부님이 작은 단지를 들고 십자가를 따라 뒤쪽으로 걸어가시는데 그 뒤로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가기에 궁금해서 우리도 따라가 보니 납골당 시설 같은 방으로 들어가서 작은 단지를 그곳에 안치하고 있었다. 성당에 들어올 때 장례식에 관련된 안내문으로 보이는 인쇄물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그 분의 장례행렬이었던 것 같다.

성당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한 번 둘러보았는데 성당 한쪽 벽면에 새장처럼 생긴 곳에서 닭을 키우고 있어서 신기했는데 이와 관련 되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젊은 순례자가 부모와 함께 산티아고로 향하던 중 도둑의 누명을 쓰고 목을 베이는 형벌에 처해졌다. 부모는 슬픔을 안고 순례를 계속하였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이 마을에 들렀는데, 아들이 아직까지 살아서 “성 도밍고가 나를 지켜주고 있어요.” 라며 호소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부모는 재빨리 재판관에게 달려갔지만 재판관은 상대도 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식사 중이던 재판관은 접시위에 있는 통닭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아들이 살아 있다니, 이 닭이 살아 있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구나.” 이 말이 끝나자마자 닭은 되살아나서 우렁차게 울었다고 한다.

성당을 나와서 숙소에 돌아와 나가기 전에 걷어둔 빨래를 접어 가방에 넣어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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