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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속 타는 농심에 ‘똥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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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속 타는 농심에 ‘똥 세례’
  • 민웅기 기자
  • 승인 2018.08.10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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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분뇨로 인해 용수로의 물고기가 죽어 있다.

야간, 용수로에 축산분뇨 몰래 방류
농민 잠복에 덜미 … 벼 피해도 우려
홍성군, 해당업체 검찰에 송치 예정

벼 재배단지에 축산 분뇨를 몰래 버린 가축분뇨 재활용업체가 농민들의 기지로 덜미를 잡혔다. 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서부면 A지구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 씨는 지난 9일 밤 10시경 논에 물이 들어가는 확인하러 논에 갔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어리둥절했다. 확인해 보니 논으로 물이 유입되는 용수로에 호스를 이용해 축산 분뇨를 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A 씨는 주변 농민들에게 급하게 연락을 취했다. 무단 방류가 한 번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농민 B 씨와 C 씨가 함께했다. 셋은 인근에서 잠복이 들어갔다. 세 시간 정도가 지난 10일 새벽 1시경, 전조등을 끈 채 접근하는 24톤 규모의 탱크로리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이 연결된 호스로 분뇨를 용수로에 쏟아 붇기 시작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차량 운전자는 곧바로 출동한 홍성경찰서 서부결성파출소(소장 송길석) 소속 경찰과 농민들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 A지구 농민들이 축산분뇨 무단 방류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 운전자는 뒤이어 도착한 홍성군청 환경과 직원에게 인계됐다. 운전자는 서산시 소재 가축분뇨 재활용 업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군은 시료를 채취해 지난 10일 검사기관에 성분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이병임 환경과장은 검사 결과와 함께 ‘가축분뇨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민과 경찰에 따르면 당시 운전자가 “차량 탱크를 청소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과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서 직접 적발한 사항으로 사법처리를 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농민들과 함께 해당 용수로를 확인한 결과 악취가 진동하고 곳곳에 물고기들이 배를 하얗게 들어내고 죽어 있었다. 농민들은 분뇨 유입으로 인한 벼 피해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 B 씨는 “발효가 안 된 분뇨에 벼가 죽을까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C 씨는 “어떻게 논에 물을 대는 용수로에 분뇨를 버릴 생각을 하냐”며 “여름 가뭄으로 양수장에서 겨우겨우 물을 품어 올리고 있는데 웬 날벼락 이냐”고 하소연했다. 송길석 서부결성파출소장은 간척지 일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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