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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장곡면 도산 1리와 신풍 3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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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장곡면 도산 1리와 신풍 3리’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7.0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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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랭이질과 키질하는 형국의 마을
▲ 도산리 일대 모습.

옛날 우리 선조들이 붙여놓은 각 지역의 지명유래를 살펴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 많다.
특히 풍수지리를 살펴서 붙여놓은 지명유래는 흥미진진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고장 장곡면에 도산 1리와 신풍 3리가 있다. 두 마을은 모두 오서산 북쪽 기슭에 위 아래로 나란히 붙어있는 마을이다. 도산 1리는 장곡면소재지가 있는 마을이며, 지형적으로 신풍리보다 아래쪽으로 움푹하고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지형으로 인하여 도산 1리는 조랭이 형국의 명당으로 전해온다. 조랭이는 쌀을 씻을 때 돌을 골라내는 조리의 충청도 사투리다. 쌀을 씻을 때 조리질을 하면 조랭이의 움푹한 안쪽으로 쌀이 쌓이도록 되어 있다. 흔히들 정초에 조리를 집안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복조리라고도 부른다.

반면에 신풍 3리는 오서산 기슭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도산1리보다 지형이 높다. 신풍 3리는 분토골, 중방, 하풍 등 3개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다. 신풍 3리는 풍수지리적으로 사람이 서서 키질하는 형국이라고 한다.

▲ 신풍리 일대 모습.

키는 곡물 등을 담아 까불러서 쭉정이나 티끌을 날려 버리고 알곡을 고르는 데 사용하는 기구이다.
시골에서 대나무를 납작하게 쪼개어 앞은 넓고 평평하게, 뒤는 좁고 오목하게 엮어 만든 그릇이다.


키에 곡물을 담아 위아래로 까부르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거나 앞에 남고, 무거운 곡식은 안쪽에 모여 가려 낼 수 있게 된다. 키로 곡식을 까부르는 것을 키질이라고 하는데, 바람이 불 때 키질을 하면 한결 쉽게 알곡을 고를 수 있다. 신풍 3리의 하풍 마을에서 곡식을 담아 가운데 지점인 중방에서 키질을 하면 껍질은 분토골로 날아가고 알곡은 도산 1리에 쌓인다는 풍수지리적인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도산리는 쌀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도산 1리는 생미(生米)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예부터 명당 혈의 넉넉한 지세이다 보니 살림도 넉넉하여, “생미 양반은 뒷짐 지고 다닌다”는 말이 전해온다. 현재 도산 1리는 장곡면소재지가 있는 장곡면의 중심지이다.

신풍 3리의 분토골이라는 지명도 색다르다. 분토동(分土洞)이라고도 부르는데 하얗고 붉은색의 미세하고 고운 흙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키질할 때 날아가는 티끌이나 먼지 등과 관련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신풍1, 2, 3리 전체는 옛날부터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와우형(蝸牛形) 형국이라고 전해온다. 신풍리 전체를 놓고 보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인데, 소가 편안하게 먹이를 앞에 두고 누워있어서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마을이라고 한다.

신풍리에도 일제 강점기의 아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외마디고랑 건너 수박재날에 명당의 맥이 흐른다고 하여, 일본인들이 그 혈을 끊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일본인들이 혈을 찾아서 땅을 파내는 순간에 땅속에서 피가 솟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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