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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칼럼/ 6·13 지방선거와 언론의 미래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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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5  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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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6·13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한 발짝 뒤로 물린 안타까운 선거였다. 필자가 그런 평가를 하게 만든 요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당이고 또 하나는 언론이다. 그렇지만 정당과 언론의 향후 입지는 전혀 다르다. 정당은 그래도 살 길을 찾았고, 언론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정당정치의 영역에 복속시킨 안타까운 선거였다. 지방자치를 통해 중앙정치를 개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었다. 물론 선거결과에 따라 정당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싹쓸이한 민주당은 기세등등하고, 참패를 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에게 몰표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4년만 성실하게 반성하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겐 그런 희망도 없다. 지금의 야당과 달리 소생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언론은 6·13 지방선거를 확실하게 정당정치의 하부 영역으로 만들어 주었다. 중앙언론의 경우, 지역별 각기 다른 현안이나 후보자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지방선거 보도를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프레임으로 고착시켰다. 무려 8,000여명의 후보자들이 경쟁했지만, 중앙언론이 주목한 후보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경남지사 정도였다. 그나마도 자치 현안과는 무관한 여배우 스캔들, 드루킹 여론조작 등에 연결시켜 보도했다.

지역언론, 즉 지역방송과 지방일간지와 주간신문들은 나름 지역의제 설정과 지역후보자 검증에 노력했지만 평소 독자층이 옅어 지역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지방선거 기간만큼은 지역주민들이 지역정치 뉴스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지역언론 이용이 습관화되지 않은 탓에 중앙방송이나 종편채널이나 전국일간지에 의존한다. 그래서 지방선거 보도는 무성하지만 정작 자기지역 후보나 현안에 관한 뉴스는 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방선거마저도 전국 정당정치의 각도에서 이해하고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접한 대부분의 선거보도는 어느 후보가 어디서 유세를 했다는 식의 선거운동 현장소개였다. 본말이 전도된 지엽적 보도였다. 후보자를 검증하거나, 공약을 분석하거나,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등 선거보도 본연의 기능을 발휘한 언론은 드물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언론의 꽃은 선거보도이다. 언론자유를 헌법에 보장한 이유도 선거보도 때문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자유롭고 용감한 선거보도를 하려면 권력의 압력과 위협으로부터 차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주어진 자유에 걸맞는 책임있는 보도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는 물론이고 후보자조차도 언론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말 충청지역의 선거보도를 평가하는 세미나에서, 한 지역방송사 기자는 후보자 인터뷰가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언론보도에 신경을 쓰는 후보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방송사 인터뷰는 거절하고, SNS나 유권자와의 직접 면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생방송 인터뷰를 무례하게 중단했고, 일부 언론에서 그것을 비판하자, SNS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사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점차 배제되어, 간신히 정치영역에서 생존해 논 한국의 언론이지만, 그나마 정치현장에서도 설 자리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언론이 없는 세상이 더 민주적이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들이 언론없는 나라, 언론없는 지역에서 사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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