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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동화구연아버지회 편사범 회장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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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동화구연아버지회 편사범 회장 가족
  • 윤진아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18.05.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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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가족과 어떤 행복을 나누고 있나요?”

누구든 이들과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나눔’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입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온갖 감정을 불어넣어 동화를 실감나게 구연(口演)해주는 편사범(광천읍 광천리) 출향인 가족이다. 각자의 가정을 꾸린 자녀들까지 생업을 뒤로하고 봉사일정을 맞춘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사회에 웃을 거리, 나눌 거리를 만든다는 보람이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낸단다. 그 안에서 느끼는 희열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편사범 씨의 즐거운 표정을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 왼쪽부터 편사범, 김아영(며느리), 정은경(아내), 뒷줄 김용섭(사위), 편지영(딸), 편승원(아들).

△형 편기범 너른내장학회 이사장(대통령상 3회 수상)
△편사범 동화구연아버지회 회장(국무총리상, 교육부장관상, 문화부장관상)
△부인 정은경(법무부장관상)
△딸 편지영(보건복지부장관상)
△아들 편승원(문화부장관상)

소외이웃 찾아 26년 동화구연 봉사

편사범 출향인의 가족은 다양한 구연동화를 개발해 매년 4회가량 동화구연 무료공연을 지속해오고 있다. 민통선 접경 지역부터 교통이 불편한 낙도(落島), 농어촌, 양로원, 보육원, 장애복지시설 등 우리 사회의 소외이웃을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 나선다. 온 가족이 1박 2일 꽉 찬 일정을 준비하며 때론 어려움도 토로하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면 다들 상기된 얼굴로 “오길 정말 잘했다!”고 입을 모은단다. 출연 요청이 워낙 많아 한 번 방문했던 곳은 재방문하지 못하지만, 사정이 나아지면 점차 공연 횟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문화체험 기회가 많지 않은 오지에 찾아가 공연하면, 어린이 관객들이 사인해 달라고 줄을 서곤 하죠. 아이들에게 감사편지를 받을 때나, 소아암 병동 아이들이 치료를 더 잘 받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솟아요. 다음 공연은 무의탁 어르신들을 찾아 양로원 방문 공연을 계획 중이에요. 어르신들이 어릴 때 듣고 자랐던 전래동화와 오래된 노변동화를 구연해 그 시절 온기를 전해드리려고요.”

30년간 서울에서 발표력, 리더십, 스피치 교육을 해온 편사범 씨는 전국아버지동화구연대회 입상자들을 모아 1992년 ‘동화구연아버지회’를 만들었다. 26년이라는 긴 세월 모임을 이끌어오는 동안 고비도 있었지만, 아내 정은경(색동어머니동화구연가회) 씨의 적극적인 내조가 버팀목이 됐다. 2011년에는 ‘사회봉사가족’으로 청와대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가족 모두가 장관상 수상자

‘나눔’이라는 집안내력 이외에도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온 가족이 장관상 수상자라는 것이다.


편사범 씨는 ‘국민이 뽑은 사회봉사부문 국무총리상 표창’(2011)을 비롯해 전국아버지동화구연대회 대상 수상으로 문화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아내 정은경 씨도 대한민국성인스피치대회를 통해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문화센터 강사인 딸 편지영 씨는 대한민국선생님동화구연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약사인 아들 편승원 씨는 전국동화구연대회에서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으면서 가족 모두가 장관상을 수상한 동화구연가가 됐다. 몇 년 전부터는 사위 김용섭 씨와 며느리 김아영 씨도 동화구연가로 활동하며 뜻깊은 봉사활동에 합류했다.

자녀의 독서 지도, 발표력, 리더십, 정서 교육의 일환으로 동화구연을 솔선해 지도해온 편사범 씨는 “감히 장담컨대 자식이 어릴 때부터 부모가 사랑으로 동화를 들려준다면, 학교 폭력을 비롯해 각종 사회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눔은 집안 내력

편사범 씨는 매년 수입의 일부를 너른내장학회(이사장 편기범)에 기부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일부는 동화구연아버지회에 기부해 봉사활동 경비로 사용해오고 있다.

너른내장학회는 편사범 씨의 형인 편기범(국제웅변학회 회장) 씨가 2000년 설립해 매년 홍성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1979년부터 지속해온 광동초등학교 장학금을 합하면, 편기범 이사장의 장학금 역사는 40년째다. 홍성 학생들을 위해 40년을 이어온 정성은 5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 웅변계의 대부’로 불리는 편기범 이사장은 50여 년 웅변 외길을 걸어오며 대통령상을 3회 수상한 바 있다.

편사범 씨도 6년 전부터 너른내장학회에 합류해 장학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도,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삐뚤어지지 않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는 게 목표다. 장학금 주러 고향 가는 날이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는 편기범·편사범 형제는 “좋은 차 안 타고, 골프장 안 가고, 1년간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고향 학생들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널리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는 뜻의 ‘너른내’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꼭 성공해서 훗날 또 다른 사람을 돕기 바란다”고 전했다.

나눔의 행복 널리 퍼지기를

광천읍 광천리가 고향인 편사범 씨는 故 편무용, 김연분 씨 사이에서 태어나 덕명초(49회), 광천중(20회)을 졸업하고 출향했다. 아버지로, 강사로, 공연가로, 쉴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지만, 온 가족의 재능을 살려 사회에 기부하는 보람이야말로 더없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나눔을 퍼뜨리며 살고 싶다. 오늘도 어김없이 양손에 인형을 끼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려 모인 편사범 씨 가족이 묻는다. “여러분은 가족과 어떤 행복을 나누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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