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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삼준산 기슭의 등잔걸이 명당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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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삼준산 기슭의 등잔걸이 명당터’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4.26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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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걸이 명당터를 세 번씩 찾아간 이유
▲ 등잔걸이 명당터 정리 모습.

지난 9일자에 갈산면 삼준산 기슭에 있는 등잔걸이 명당터 전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등잔걸이 명당터는 삼준산 줄기 꾀꼴봉 아래로 지나가는 ‘대기티고개’ 부근에 위치해 있다.

등잔걸이 명당터 전설의 줄거리는 산소주인공의 하관시간을 못 맞추는 바람에 명당의 효력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산아래 부잣집에 초상이 났는데 하필이면 산소주인공의 하관시간이 밤 열두시였다. 시계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산 아래에서 등불을 밝혀 하관 시간을 알리는 것으로 약속했다. 밤 깊은 시간에 산 아래에 불빛이 비치므로 등불로 알고 하관을 서둘렀다. 하관을 마치고 마을로 내려와 보니 산 아래에서 비친 것은 등불이 아니라 반딧불이었다. 한여름에 몰려다니는 반딧불을 등불로 잘못 알아서 하관시간을 못 지켰다는 이야기다.

대기티고개는 옛날에 서산에서 홍성으로 넘나들던 큰 고갯길이다. 지금은 산 아래로 우회하는 신작로가 생기면서 대기티고개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졌다. 지난 수십 년 간 대기티고개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지고 나무꾼들도 없어졌으므로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 더불어 대기티고개도 잡목들만 우거진 옛고개가 되었다.

등잔걸이 명당터는 대기티고개를 넘나드는 길손들에게 유명한 쉼터이기도 했다. 산아래 마을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다닐 때에도 쉬어가는 곳이었다.

필자는 등잔걸이 명당터를 답사하기 위해 갈산에 거주하는 선배 한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는 어린 시절에 올라 다니던 곳이므로 등잔걸이 명당터를 잘 안다고 했다.

선배는 옛 기억을 더듬어서 대기티고개 주변을 한참동안 오르내렸다. 꾀꼴봉 아래 양지바른 곳의 산소터를 가르쳐주었다. 한눈에 보아도 양지바른 곳에 명당터로 보였다. 명당터의 주인공은 ‘나주임씨’였다.

필자는 갈산에 거주하는 나주임씨 후손인 임태환 어르신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등잔걸이 명당터 이야기를 건네면서 어르신 조상님이냐고 여쭤보았다.

임태환 어르신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등잔걸이 명당터는 옛 대기티 고개 부근에 있는 다른 문중 산소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차 싶었다. 이미 며칠 전에 원고는 신문사에 건너간 후였다. 신문사에 전화로 확인해 보았더니 벌써 인쇄에 들어갔다는 대답을 들었다.

▲ 말끔하게 정리된 등잔걸이 명당터 모습.

이미 늦기는 했지만 등잔걸이 명당터를 다시 답사하여 정정 원고를 써야했다. 임태환 어르신께 부탁하여 함께 올라가 보았다. 임태환 어르신은 80세가 넘으신 분이다. 팔순이 넘은 어르신을 모시고 등잔걸이 명당터를 다시 찾아갔다. 길도 없고 잡목만 우거진 엣 길을 더듬더듬 찾아서 올라갔다. 수십 년 전의 기억이라서 단번에 찾을 수가 없었다.

임태환 어르신은 등잔걸이 명당터 주변에서 서성이며 고개를 갸웃갸웃 했다. 분명히 이 근방인데 산소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이곳저곳 살펴보다가 산소 몇 기를 발견하면서 ‘이곳이 틀림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산소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봉분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있었다. 신문에 이 모습을 그냥 내보내기가 민망했다.

필자는 임태환 어르신과 상의하여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했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에 날짜를 잡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며칠 연기되었다. 7일 오전에 갈산에 거주하는 박종민 시인께 부탁하여 전기톱과 낫과 갈퀴 등을 챙겼다. 박종민 시인은 홍성문인협회 활동을 함께 하는 관계로 나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박종민 시인과 임태환 어르신을 모시고 다시 등잔걸이 명당터로 올라갔다. 술과 포 등 간단한 제물도 함께 챙겼다.

서너 시간 동안 임태환 어르신과 박종민 시인과 함께 산소 주변을 정리하고 산소 앞에서 간단한 예의도 갖췄다. 산소정리를 마치고 술 한 잔을 올리고 나니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다음에 이곳에 다시 찾아올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시 다음에 찾아올 때는 더욱 더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을 보고 싶다. 더불어 대기티고개와 등잔걸이 명당터를 지나가는 옛길도 복원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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