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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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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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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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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헌을 하나?
▲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지난 한달 동안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만드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아서 활동했다. 활동기간동안 많은 단체와 기관들이 개헌에 대한 의견서를 갖고 찾아왔다. 그 중에는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비수도권 지역의 목소리도 있었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달라는 농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장애인단체들은 헌법에 ‘신체장애자’라고 되어 있는 표현부터 바꿔달라고 얘기했다. 87년 헌법 개정이후에 국내ㆍ외에서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에는 그런 부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 중에는 ‘개헌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의 목소리, 농민단체의 목소리, 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개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헌법을 단 한 줄도 고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헌법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면, 세상과 헌법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7년 당시의 농업ㆍ농촌의 현실과 지금의 농업ㆍ농촌의 현실 하나만 비교해보더라도,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87년에는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가 이렇게 많이 벌어지지 않았고, 농촌의 인구가 이렇게 감소되고 고령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달라는 농민단체들의 요구가 나온 것이다.

안전권, 건강권, 정보기본권과 같은 새로운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미룰 수 없다. 사회보장권, 환경권과 같은 권리들을 강화하는 것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위기가 심각해지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국정농단이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요하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통제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고, 지방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직접민주제를 도입해서 주권자인 시민들도 국가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찬성율은 70% 넘게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런 내용 때문에 개헌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조금만 듣는다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찬성여론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개헌에 ‘나중에’는 없다. 그동안 국회에서 숱하게 논의하다가 좌초되었고,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하다가 좌초되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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