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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지금, 여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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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지금, 여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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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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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장곡면>
▲ 정영희<장곡면>

우리 집 마당가에는 작은 비닐집이 있다. 고구마 싹을 기르고, 참깨를 말리고, 무를 저장하는 이곳은 겨울엔 따뜻한 거실이 된다. 맑고 쌀쌀한 날, 아침을 먹고 나면 나와 아이는 비닐집으로 간다. 움츠려있던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책도 보고 마늘도 까고 기타도 친다. 점점 더워져 얼굴이 발그레해지면 비닐집의 문을 연다. 간단하게 햇빛을 가둘 수만 있어도 이렇게 풍족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지난 10월 우리사회는 짓고 있던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를 잠시 중단하고, 417명의 시민참여단으로 하여금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게 했다. 그 결과 건설 재개' 59.5%, 건설 중단 40.5%로 결론이 났다. 이 날 핵발전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좌절과 우울을 떨치기 어려웠다.

고리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위험에 위험을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포항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일어났듯이 이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지진 위험지역이다.

그런데 한편, 이런 결론을 내면서도 시민참여단은 앞으로 핵발전 정책에 대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9.7%)보다 축소해야한다는 의견(53.2%)을 훨씬 높게 내놨다.

어떻게 앞으로 핵발전 정책이 축소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지어야한다는 모순된 결론을 낸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일방적인 정보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런 이유에 덧붙여 나는 사람들이 이 일을 나 자신의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바람이 옆나라 벨라루스 쪽으로 불었다.

그로인해 벨라루스는 국토의 23%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어린이 70만 명을 포함해 거주민 210만 명이 피폭되었다. 방사선 피폭은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었고, 현재에도 암, 지적장애, 신경질환,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바다에서 난 물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건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 하물며 우리나라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쓰려고 하기만 한다면 햇빛은 아무도 위협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고루 따뜻함을 나누어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햇빛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일은 아직 멀고 아득해 보인다. 지금, 여기, 나의 문제로 보는 사람이 많아질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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