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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예산군 덕산면 사동리 ‘냉천골 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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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예산군 덕산면 사동리 ‘냉천골 찬샘’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1.0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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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천골 찬샘에 밤마다 나타나는 여인
▲ 찬샘물을 제공하는 광덕사.

우리고장 예산군 덕산면 사동리에 냉천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이곳 냉천골에는 옛날부터 약수로 통하는 찬샘이 있다.

찬샘은 광덕사라고 부르는 오래된 사찰 뒤편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찬샘물은 광덕사 입구까지 땅속으로 물길을 연결하여, 인근 주민들이 편하게 물을 길어갈 수 있도록 수도시설을 해놓았다.

이곳 샘물은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사시사철 마른 적이 없으며, 물맛과 효능이 뛰어나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올해 봄과 여름의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원하는 대로 물을 길어갈 수 있었다.

광덕사가 위치한 냉천골에는 최씨라는 여인의 아름다운 선행이 전설로 전해오고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려시대 쯤으로 세월이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냉천골 아랫마을에 부잣집이 있었다. 하지만 부잣집 주인은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구두쇠 염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부잣집에는 최씨라는 하인이 살고 있었다. 최씨는 성품과 행동이 성실하여 구두쇠 영감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살았다. 부잣집의 재산을 책임지고 관리할 정도로 마름 역할을 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다.

▲ 찬샘 모습.(찬샘 지붕에 오염방지 시멘트 덮개를 해놓았다)

최씨에게는 결혼을 서둘러야 할 사랑스런 딸이 있었다. 최씨가 부잣집의 하인이었으므로 딸도 역시 하인이 되어 잔심부름을 하며 살아갔다.

어느날 부잣집 구두쇠 영감은 늙은 나이에 부인이 세상을 뜨면서 홀아비 신세가 되었다. 최씨의 딸은 안타깝게도 홀아비로 살던 구두쇠 영감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최씨의 딸이 밤에 구두쇠 영감의 약사발을 들고 들어갔다가 강제로 추행을 당하며 순결을 잃고 말았다. 최씨의 딸은 엉겁결에 순결을 잃고 밖으로 나와서 밤새 울고불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을 쳐보아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두쇠 영감은 수시로 최씨의 딸을 방으로 불러들여서 욕심을 채웠다. 순진한 최씨의 딸은 그때마다 하소연할 곳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런 사실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아버지 최씨가 알았다. 최씨는 딸로부터 모든 사실을 확인하면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하인의 신분으로 주인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살아야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최씨의 딸은 부잣집 영감의 부인 역할을 할 만큼 주변에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밤낮으로 구두쇠 영감의 방에 들락거리며 수발을 들었다.

이렇게 어정쩡한 생활을 하면서 세월이 한참 흘러갔다. 구두쇠 영감은 점점 노쇠하였고 중풍으로 쓰러지며 자리에 눕게 되었다. 최씨의 딸이 구두쇠 영감의 병간호를 시작했다.

▲ 광덕사 약수터.(찬샘에서 사찰 입구까지 땅속으로 물길을 연결해 놓았다)

최씨의 딸은 뒷산 골짜기에 있는 찬샘 물로 목욕을 하면 중풍이 낫는다는 말을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찬샘 물을 길어다 구두쇠영감을 씻겨 주었다. 나중에는 아예 찬샘 옆에 초막을 짓고 이사 하여 구두쇠 영감의 병 치료를 도왔다.

최씨의 딸 덕분으로 구뒤쇠 영감은 몇 달 만에 중풍이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옛날처럼 구두쇠 노릇을 하며 살았다. 구두쇠 영감은 집에 돌아와서 몸을 돌보지 않고 욕심을 부리다가 다시 중풍이 재발하였다. 또다시 최씨의 딸과 찬샘으로 달려가 병 치료를 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다시 중풍은 씻은 듯이 나았다.

구두쇠 영감은 병이 나으면 집으로 돌아와서 욕심을 부리다가 중풍이 재발하곤 했다. 찬샘과 집을 번갈아 오가다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식구도 없는 구두쇠 영감이 세상을 뜨고 나자, 남겨놓은 많은 재산들은 자연스럽게 최씨의 딸 차지가 되었다. 최씨의 딸은 아버지와 상의하여 창고 속에 있는 곡식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찬샘 골짜기에 커다란 집을 짓고 병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내어주었다.

찬샘은 중풍에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최씨의 딸은 가난한 중풍 환자들에게 편안한 방과 식량을 제공하면서 병치료를 도와주었다.

세월이 한없이 흘러서 최씨와 딸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최씨의 딸이 죽고 나서 찬샘 부근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밤이 깊어지면 찬샘 주변 골짜기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고, 거문고 소리에 맞춰서 예쁜 여인이 나타나곤 했다. 여인은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춤을 추듯이 찬샘을 한 바퀴 돌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최씨의 딸이 예쁜 여인으로 환생하여 나타난다고 믿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중풍을 고치러 온 사람들은 여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여인을 본 사람들은 즉시 중풍이 낫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씨가 곱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여인을 만날 수 없었다.

살아생전에 착하게 살던 최씨의 딸 이야기는 냉천골의 찬샘과 함께 전설로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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