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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 ‘만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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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 ‘만궁암’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0.3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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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의 병마절도사가 나올 명당터
▲ 천태리 팔병사 묘자리.

우리 주변의 전설을 조사하다 보면 풍수지리와 관련한 내용들이 참으로 많다. 조상의 산소를 좋은 곳에 모심으로써 후손들이 부(富)를 얻고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가문을 빛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온다.

이처럼 풍수지리를 신봉했던 옛날에는, 좋은 산소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집안 간의 갈등이 전설로 형상화되어 전해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사돈을 맺은 양쪽 집안에서, 시집간 딸의 계략에 의해 친정으로 향하던 복을 시댁으로 빼앗겼다는 전설이 재미있게 전해온다.

우리고장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에 ‘팔병사(八兵使) 묘자리’로 전해오는 유명한 명당자리가 전해온다. 이름 그대로 여덟 명의 병사(조선시대 각 지방의 병마를 통솔 지휘하는 종2품의 무관, 병마절도사의 약칭임)가 나왔다는 명당자리라고 전해온다. 이곳에 묘를 쓰고 나서, 그 집안이 번창하고 8대까지 병사가 나왔다는 명당자리라고 한다.

팔병사 묘자리는 함양박씨 며느리 전설로 유명하다. 이웃마을 함양박씨 집안에서 함평이씨 집안으로 시집 온 딸과 관련한 전설이다.

옛날, 이웃마을에 사는 함양박씨 가문에서, 이곳 천태리 함평이씨 가문으로 시집 온 딸이 있었다.

어느날, 마을 뒤편 천태산에 사는 스님 한 분이 천태리로 탁발을 나왔었다. 스님은 함평이씨 대문 앞에 서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부탁했다. 함평이씨 댁으로 시집 온 며느리 박씨는 곡식을 큰 그릇에 듬뿍 담아서 스님의 바랑에 넣어주었다. 시주를 많이 얻은 스님은 너무 고마워서 발걸음을 멈추고 건너편 산기슭을 가리켰다.

“저 자리는 박씨 가문에서 묘를 쓰면 9대 정승자리이고, 이씨 가문에서 묘를 쓰면 8대 정승자리입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 팔병사 묘자리에서 바라본 천태리 들녘.

박씨는 스님이 알려준 명당자리를 혼자서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았다. 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에 산소로 쓰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 아들과 손자와 후손들이 입신양명하여 가문을 빛낼 것이라 확신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박씨의 기대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되었다. 박씨의 친정에 초상이 나서 묘자리를 잡았는데, 하필이면 스님이 가리켰던 그 자리였다. 박씨 집안에서는 명당자리에 묘자리를 잡고 하루 전에 묘광을 파놓았다. 이제 하루 밤만 자고 나면 그곳에 산소를 쓸 것이 자명했다.

박씨는 마음이 후끈 달아올랐다. 명당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궁리저궁리를 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박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밤이 되자 집앞 샘에서 물을 길어 명당자리에 날랐다. 밤새도록 물을 날라서 산소자리에 가득 퍼다 부었다.

아침 일찍 산소자리에 올라갔던 박씨 집안에서는 깜짝 놀랐다. 땅속에서 물이 솟아나와 흥건하게 고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걸 어쩌나? 아무리 명당인들 물이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이 나는 곳에  산소를 쓸 수는 없는 일이야.”

결국 박씨네는 명당자리에 잡았던 산소자리를 포기했다.

세월이 흐른 후에, 박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계획대로 명당자리에 남편의 산소를 쓰게 되었다.

이후에 박씨 후손들은 대대로 입신양면하면서 높은 벼슬자리에 올랐다. 스님의 말대로 집안에 대대로 8명의 병사가 나왔다고 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다음에, 함양박씨 집안에서는 시집간 딸에게 속은 것을 알았다. 함평이씨 집안으로 시집간 딸의 계략에 속아서 명당자리를 빼앗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너무도 속이 상한 함양박씨 집안에서는 딸만 낳으면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팔병사 묘자리는 ‘만궁암(挽弓岩)’이란 명칭도 갖고 있다. 묘자리가 있는 지형이 활시위를 힘껏 뒤로 당겨서 활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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