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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은하면 대판리 ‘백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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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은하면 대판리 ‘백인 마을’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0.23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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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승천하고 오랜 세월동안 평안하게 살아온 마을
▲ 재미있는 마을이름 유래가 전해오는 대판리 백인 마을.

우리고장 홍성군 은하면 대판리에 백인마을이 있다. 백인마을은 또다른 이름으로 ‘어렝이’로도 부른다.

백인과 어렝이라는 이름에 각각 유래가 전해온다.

첫 번째 유래는 마을에 살던 두 집안의 싸움과 관련된 내용이다.

옛날, 백인마을에 두 성씨가 함께 살았다고 한다. 두 집안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날만 밝으면 싸움을 일삼았다. 서로 원수지간처럼 아주 작은 일에도  참지 못하고 미워하며 싸움을 벌였다. 두 집안의 싸움은 주변 마을까지 소문이 나서, 못된 사람들만 사는 동네라고 낙인이 찍힐 정도였다.

두 집안은 밖에 나가서도 으르렁거리며 싸웠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움 사람들이라고 흉을 보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그러던 중에 옆 마을에 사는 서당 선생님 한분이 찾아왔다. 서당 선생님은 주변에서 인품이 훌륭하여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분이었다. 마을에 분쟁이나 다툼이 생기면 서당 선생님이 찾아가서 화해를 시키며 사이좋게 지내도록 설득하고 다독이곤 했다.

서당 선생님은 싸움 그칠 날 없는 마을에 찾아와서 두 집안의 어른들을 불렀다.

“두 집안의 싸움이 밖에서 보기에도 참으로 안좋습니다. 특히 두 집안 자녀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본보기가 안 되는 일입니다. 옛말에 ‘백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습니다. 서로 화가 나고 싸울 일이 생길 때마다 참고 또 참아보시지요.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면서, 백번씩만 참아 보세요.”

서당 선생님은 두 집안의 어른을 불러놓고 백번씩만 참아보라고 설득했다.

서당 선생님의 설득에 두 집안 어른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앞으로 싸울 일이 있으면 무조건 참겠다는 약속을 하고 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두 집안은 상대가 미워지고 화가 날 때마다 꾹꾹 참으며 싸움을 자제했다. 이후로 두 집안은 점점 싸움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이웃마을들 못지 않게 사이좋은 마을이 되었다. 서당 선생님의 백번 참으라는 가르침을 잘 따른 덕분이었다. 그 후로 마을 이름은 백번 참으라는 뜻을 따라서 ‘백인(百忍)’이 되었다고 한다.

백인마을의 한자 표기는 ‘백인(百仁)’이다. 마을 이름의 유래는 참을 ‘인(忍)’이지만, 실제로는 어질 ‘인(仁)‘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참는다‘·’어질다‘의 뜻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마을이름의 유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백인마을 이쪽저쪽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참으로 사이좋아 보인다. 실제로 백인마을사람들은 대대로 이웃 간에 사이좋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오고 있다.

두 번째는 마을 이름을 ‘어렝이’ 라고 부르는 유래가 전해온다.

이 마을은 옛날에 바로 산 너머 하천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대판천이라 부르는 하천에는 오래된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지냈다.

이무기는 어느날 하늘의 부름을 받고 용이 되어 승천하게 되었다.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할 때는 마을 앞에 있는 개천을 통하여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마을앞 개천을 통해서 승천했다고 하여, ‘어룡리(魚龍里)’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어룡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이 변하여 ‘어렝이’가 되었다는 유래담이다.

어렝이와 관련하여 또다른 유래도 전해온다. 이 마을은 옛날부터 주변 산세가 좋아서 오랜 세월동안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살아왔다. 나라에 큰 난리가 났을 때도, 이 마을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하게 지나가곤 했다.

마을이 오랫동안 큰 사고 없이 평안하였으므로, ‘어령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령리의 발음이 ‘어렝이’로 변했다는 유래담이다.

마을을 부를 때마다, ‘백인’이라는 이름보다는 ‘어렝이’라는 이름이 더욱 친근감이 간다. 어른들은 지금도 ‘백인’이라는 이름보다는, ‘어렝이’라는 이름을 즐겨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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