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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뜸 떠준 것이 왜 죄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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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뜸 떠준 것이 왜 죄가 되나”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7.09.2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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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주민들 약식기소 관련 정식 재판 청구
10월 17일 첫 공판 … 의료법 위반 여부 쟁점

서로 뜸을 떠 주다가 약식기소된 마을 주민들이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의료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동 마을 주민들은 수 년 전부터 동아리 형태로 모임을 갖고 서로 뜸을 떠 줬다. 지난 2월 홍동면 운월리 뜸방에 낯선 남자가 찾아와 뜸을 떠 달라고 했다. 광천에서 건설업을 하는 사람으로 본인을 소개한 남자는 막무가내로 무릎에 뜸을 떠 달라고 요청을 했고 뜸방에 있던 한 주민이 어쩔 수 없이 뜸을 떠 줬다.

이후 그 남자에 의해 촬영된 동영상이 불법의료행위라며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고, 수사가 이뤄지면서 법원에서는 홍동 주민 2명에 대해 각각 100만 원과 150만 원의 벌금형을 약식명령 했다. 의료법 27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후 뜸방을 찾은 남자는 대한한의사협회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고, 벌금형을 받은 주민들은 지난 8월 28일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마을 주민들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50여 명의 주민들은 지난 19일 밝맑도서관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식 재판 청구에 따른 주민들의 의견이 담긴 탄원서 작성 및 서명운동, 한의사협회 항의방문 등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평리 서경화 씨는 “서로 뜸을 떠 주며 나누는 이웃 간의 정을 법과 제도로 탄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을 앞둔 유승희 씨는 “뜸은 위험성이 낮고 전문적 기술을 요구하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 뜸자리만 잡으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민간요법”이라며 “법으로만 따지면 부부끼리 뜸을 떠주는 것도 불법인 셈이다. 손이 닿지 않는 뜸자리는 누군가 해줘야 한다. 품앗이 형태의 소모임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재판은 10월 17일 대전지방법원홍성지원에서 예정돼 있다. 한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뜸과 관련 서울대학교 조병희 보건대학원 교수는 “뜸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체요법들이 개발 보급되고 있는 실정에서 정책적 무관심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중적 차원의 뜸이 과연 안전한지, 건강증진 효과가 있는지,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지 등을 정책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체의학 제도를 만드는데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기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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