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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위기의 홍성 축산업, 대안 찾아야<2>/ 친환경축산 실천하는 예산 가나안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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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위기의 홍성 축산업, 대안 찾아야<2>/ 친환경축산 실천하는 예산 가나안농장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7.05.1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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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비옥하게 하는 것이 축산의 진정한 의미”

홍성군은 전국 제일의 축산군이다. 축산업이 홍성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축산업을 통한 생산유발액은 한 해 약 8000억 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업 생산액은 약 2000억 원 정도이다. 그렇지만 가축 질병과 악취 문제 등으로 홍성 축산업은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홍성 축산업의 현실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축사 신축ㆍ악취 곳곳서 갈등
<3>소비자 직거래로 경쟁력 강화
<4>이제는 고급화가 답이다
<5>축산악취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가나안농장은 2006년 전국 최초로 돼지 품목에서 유기축산 인증을 받았다. 현재 약 50% 정도가 유기축산으로 길러지고 있고, 나머지 돼지들은 무항생제 돼지와 일반 돼지로 사육된다.

전국 최초 유기축산 인증

“가축의 축(畜)자를 살펴보면 玄(검을 현)과 田(밭 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밭을 검게 한다는 의미지요. 이 땅을 검게, 비옥하게 하는 것이 축산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가나안농장 이연원 대표의 철학이자 가나안농장의 존재 이유다.

예산군 덕산면과 봉산면에 위치한 가나안농장은 친환경돼지 사육으로 유명하다. 모돈과 자돈, 비육돈을 합쳐 약 46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덕산면에 위치한 농장은 도로 옆에 위치해 있다. 가나안농장이라는 팻말이 없으면 돼지농장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냄새도 거의 안 난다. 분뇨처리와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없는 농장으로 유명하다.

이연원 대표는 1996년부터 돼지를 키웠다. 2000년 돼지 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차별화 없이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친환경사육에 도전했다. 2002년 농장에서 항생제를 치워버렸다. 눈앞에서 돼지가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쳐도 항생제를 주사하지 않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2006년 전국 최초로 돼지 품목에서 유기축산 인증을 받았다. 현재 약 50% 정도가 유기축산으로 길러지고 있고, 나머지 돼지들은 무항생제 돼지와 일반 돼지로 사육된다.

가나안농장 신동균 농장장은 “농장에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호로몬제 등의 약품이 없다. 항생제만 주사해도 돼지를 살릴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며 “친환경축산은 이연원 대표의 확고한 의지이다. 좋은 먹거리와 사육환경으로 가나안농장 돼지가 어느 농장 돼지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나안농장에서는 임신한 돼지를 새끼 낳기 직전까지 방목장에서 키운다. 1400㎡ 규모의 방목장에서 약 200마리 정도의 돼지가 마음껏 뛰어논다.

돼지에게 풀을 먹인다고?

가나안농장에서는 임신한 돼지를 새끼 낳기 직전까지 방목장에서 키운다. 1400㎡ 규모의 방목장에서 약 200마리 정도의 돼지가 마음껏 뛰어논다.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급이기로 사료 과식을 방지한다. 딱딱한 바닥을 싫어하는 돼지들의 습성을 고려해 톱밥이나 왕겨, 볏짚 등을 깔아 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어줬다.

가나안농장 이창원 실장은 “방목장은 일반돼지 사육 공간보다 마리당 차지하는 공간이 1.5배 가량 넓다. 지방이 슬라이드 개폐 장치로 돼 있어 맑은 날이면 햇볕이 방목장을 따사롭게 비춘다”며 “넓은 공간과 충분한 햇볕이 돼지의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연원 대표는 2009년부터 돼지 먹이로 풀에 관심을 가졌다. 이 대표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돼지 한 두 마리씩 키우면서 풀을 먹였는데 지금은 100% 곡물사료에 의존한다. 풀과 곡물은 분명 성분이 다른데 풀을 먹던 돼지가 갑자기 곡물만 먹으면 몸에 좋을 리 없을 것으로 판단해 돼지에 풀을 먹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창원 실장은 “2012년 사료에 옥수수를 전부 빼고 오메가3가 풍부한 아마씨를 사료에 배합했더니 1:4의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의 연구 결과를 얻었다. 이후 사료에 풀과 아마씨, 깻묵 등을 섞어 만든 배합사료를 돼지에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 돼지들이 풀을 먹고 있다. 농장에서는 곡물사료에 풀과 아마씨, 깻묵 등을 섞어 만든 배합사료를 돼지에 먹이고 있다.

“냄새 저감, 농가 의무이자 책임”

가나안농장에서는 1년 전부터 돼지에 함초미네랄을 먹이고 있다. 신동균 농장장은 “일반적으로 돼지농장에서 악취를 줄이기 위해 미생물을 많이 이용하는데 미생물은 온도와 소독약품에 민감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우연한 기회로 함초미네랄을 먹였는데 돼지 분뇨 특유의 냄새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낮춰도 악취가 줄어들 수 있다. 분뇨에 포함된 단백질에 부패균이 증식해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등이 발생하면서 악취가 나는 것”이라며 “사료에 풀을 섞여서 먹이고 있기 때문에 냄새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창원 실장은 “돼지 분뇨는 환경파괴의 주범이 아니라 농가의 훌륭한 비료”라며 “항생제 등의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섬유질이 풍부한 사료를 먹인 덕분에 분뇨에서 냄새도 덜하고 왕겨와 발효돼 잘 숙성된 퇴비가 된다”며 “축산악취를 줄이는 것은 축산농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가나안농장에서는 연간 3000~4000t의 퇴비를 농장 인근 100여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산업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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