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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그리고레스토랑 남선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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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그리고레스토랑 남선자 대표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7.04.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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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 … 끝까지 지켜가고파”

 
한번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홍성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그리고 레스토랑의 돈가스. 이제는 분식집에서조차 돈가스를 판매할 정도로 흔하고 흔한 음식이 됐지만 예전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에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돈가스는 36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고 있다.

홍성읍 오관리 우리은행 건물 2층에 위치한 ‘그리고’는 1982년 현재의 자리 맞은편 건물 지하에 문을 열었다. 당시 32세인 남선자 대표는 홍성에 혜전대학이 들어오면서 레스토랑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본인의 의지를 관철시켜 레스토랑이라는 생소한 음식점을 개업하게 됐다.

남 대표의 결단은 적중했다. 새로운 문화를 갈망하던 젊은이들은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맛보며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갔다. 음식을 먹으며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때론 시국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에서 미팅과 선이 곧잘 이뤄지면서 홍성을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로 떠올랐다.

그리고레스토랑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문 닫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명절 연휴에도 문을 연다. 남 대표는 “어려서 먹던 그리고 돈가스 맛을 잊을 수 없다며 명절이 되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러 있어 명절에도 문을 열고 있다”며 “결혼에서 서울에 사는 임산부가 그리고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찾아온 경우도 있고, 군대가 아들 면회 가서 먹인다고 포장해 간 부모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레스토랑의 경우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 손님이 돈가스 하나를 주문해도 통상 7~8번 정도 발걸음이 오간다. 물을 갖다주고, 나이프를 세팅하고 스프와 샐러드를 갖다 주고 음식을 내 온다. 손님이 음식을 다 먹으면 빈 접시를 치우고, 커피를 갖다 주고, 손님이 나가면 테이블을 정리한다. 이렇게 해서 8000원을 받는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돈가스를 1500원에 팔았는데 당시 된장찌개가 600원이고, 짜장면이 300원이었습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8000원에 돈가스를 파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만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해서 아직까지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남 대표는 그리고레스토랑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가족의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오래전 그리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들 중 두 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부부들은 20년이 넘도록 남 대표의 생일날 찾아오거나 전화를 한다. 몇 해 전 회갑 때에는 다른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가족들까지 홍성을 찾아 축하해 줬다고 한다.

“바쁠 때는 손님들이 직접 음식을 나르거나 정리를 도와주기도 할 정도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돈은 못 벌었지만 사람을 얻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홍성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추억의 맛을 끝까지 지켜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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