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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내가 바라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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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내가 바라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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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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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장곡면>

▲ 정영희<장곡면>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빴고, 내가 관심가질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각자 관심 있는 영역에서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내가 속한 사회는 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 위험사회가 되었고, 자살률을 포함한 50가지가 넘는 안 좋은 영역에서 세계 1위인 나라가 되었다. 나같이 내 일에만 관심 갖고 살면 안 되는구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도 나를 대신할 누군가를 잘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가 누구를 대변하는 일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만 봐도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 혼자 사는 노인, 길거리에 떠도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대변한다는 일은 애초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우리를 대변할 정치인이 필요하다. 대변한다는 일이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그에 근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뽑기를 희망한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살 수 있었는데 살리지 않아 죽은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럼에도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이 사건 앞에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아파하고, 억울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몇 십년 째 같은 설움을 토해내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가만히 무릎 꿇고 귀 기울이는 사람일 것이다. 200일이 훨씬 넘는 덥고 추운 날들 동안 하던 일 팽개치고 길거리에 나앉아 목타게 외치는 성주, 김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렷하게 “사드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은 입으로 통합이나 ‘통섭’을 섣불리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화해하고 통합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평화와 거리가 멀다. 그런 행위는 무례이고 폭력이다. 나쁘다기보다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부족함은 때로 악을 불러 온다. 아프거나 분노했거나 슬퍼하는 사람이 화해의 손짓을 한 다음에야 대변인이 그걸 말할 수 있다. 그래야 진짜 대변인이다. ‘나는 내 뜻이 아닌 여러분의 뜻을 대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대변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여러분이 참여해 주십시오. 기득권으로 삶이 편안해진 국회의원들도 시민들의 삶에 다가갈 수 없으니 촛불시민 중에서 대표를 뽑아 국회의원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정치인이나 대선 후보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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