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사람들이 모여 있던 광장이 뜨거웠던 이유는 분노와 우울에 빠져있지 않고 자기 생각을 또렷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말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그 중 특별히 반짝이던 목소리는 초, 중, 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요즘 이들은 18세도 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만 18세는 고등학교 3학년 졸업연령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우리나라 법은 현재 만 19세가 되어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선거권이 낮아지면 입시·교육제도, 취업정책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대로라면 12월에 치뤄질 대선이 올해는 4~5월로 당겨질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이대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60여만 명 정도가 투표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 세계 대부분인 147개 국가는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이다. 오스트리아 등 몇몇 국가들은 만 16세이다. 2016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선거권자 연령을 만 18세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최근 바른정당은 적용시점을 늦출 것을, 새누리당은 학제개편 병행조건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도 이 법을 바꾸는데 별로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새롭게 변화하는데 큰 걸림돌이 무엇일까?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계속해서 혼자만 차지하려는 것 아닐까? 전국 116개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3대 선거법 개혁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 참정권(18세 투표권 및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이 선거법들은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기 전에 개정이 마무리 되어야 올해 대선부터 그 내용이 적용될 수 있다.
밥그릇을 나눌 수 있을 때 진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그들의 입으로 그들의 말을 하게 하자. 그러면 모두가 좀 더 가볍고 행복해 질 것이다.
정영희<장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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