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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소년 장사 김좌진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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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소년 장사 김좌진 전설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6.08.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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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이 준 깨달음, 독립운동 이끌다

▲ 홍성읍 대교리의 김좌진장군상.
김좌진장군은 홍성군 갈산면 행산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김좌진 장군의 고향인 갈산 지방에 가면, 김좌진 장군의 힘자랑 얘기가 많이 전해온다. 대못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밀어서 나무에 박았다든가, 볏가마를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서 던졌다든가, 젊은 청년들 여러 명과 줄다리기를 하여 이겼다든가, 집 앞의 들돌을 번쩍 들어 올렸다는 얘기들이 재미있게 전해온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힘이라면 자신 있었던 김좌진 장군도, 소년시절에 힘내기를 하여 딱 한번 패했다는 얘기가 전설로 전해오고 있다.

소년 김좌진이 해미 쪽에 심부름을 가기 위해 갈산과 해미 사이에 있는 삼준산 고개를 넘어설 때였다. 몇 미터 앞에서 상주 한명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때마침 젊은 나무꾼들이 길가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동네 젊은 나무꾼들은 험상궂게 인상을 쓰며 상주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남의 동네를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라고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상주는 돈을 갖고 있지 않으니 한번만 그냥 지나가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얼굴표정은 겁에 잔뜩 질리고 목소리는 달달 떨고 있었다.

동네 젊은이들은 상주가 빌다시피 하며 통사정을 하는 데도 소용없었다. 돈이 없으면 매라도 맞고 가라면서 우르르 달려들었다. 상주를 땅바닥에 쓰러트리더니 몰매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멀찍이에서 바라보던 소년 김좌진은 화가 났다. 다급히 달려가서 나무꾼들에게 소리쳤다.

“여보쇼, 상주라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슬픔에 잠겨있는 분인데, 위로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짓들입니까? 당장 그만들 두쇼.”

갑자기 방해꾼을 만난 나무꾼들이 김좌진을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번에는 김좌진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만에 나무꾼들은 김좌진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모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김좌진에게 일격을 당한 나무꾼들은 나뭇짐을 내팽개치고 줄행랑을 치기 바빴다.

나무꾼들을 물리친 김좌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히 옆에 있어야할 상주가 없었다. 둘레둘레 주변을 살펴보았다.

김좌진은 저만큼 앞쪽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상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벌써 멀찍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김좌진은 슬그머니 화가 났다. 위험에 몰린 사람들 도와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도망치는 모습이 괘씸하기만 했다. 단숨에 상주 앞에까지 달려가서 길을 막았다. 상주에게 대들며 따지기 시작했다.

▲ 김좌진장군이 일본군 부대를 무찔렀던 청산리 계곡. 청산리 승전기념비가 보인다.
“상주님, 사람이 어쩌면 그렇습니까?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상주님을 구해줬는데, 인사도 없이 그냥 가시다니요. 더구나 제가 나무꾼들과 싸우는 틈에 도망가다니요. 너무 비겁합니다.”

그러나 상주는 고맙다는 인사나 사과는 커녕, 자신은 힘이 없어서 맞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소년 김좌진은 상주의 대답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세상에 힘이 있는데도 매를 맞다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힘이 좋으면 나를 때려서 눕히든지, 힘내기를 하여 이긴 후에 길을 가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상주는 힘자랑은 아무데서나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김좌진을 달랬다. 김좌진은 더욱 화가 났다. 팔팔 뛰며 싸울 듯이 상주의 앞길을 막았다.

결국 김좌진의 고집에 상주는 힘내기에 응해왔다. 힘내기 방법은 상대방을 주먹으로 때리고 넘어뜨리는 육박전이 아니었다. 땅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쳐서 땅속에 주먹이 더 많이 들어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결정했다.

먼저 김좌진이 주먹에 힘을 주고 땅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주먹이 반쯤 땅속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대단한 힘이었다.

이번에는 상주 차례였다. 상주는 김좌진을 힐끔 한번 쳐다보더니 힘도 안들이고 주먹을 내리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주의 주먹이 완전히 땅속에 푹 파묻히는 것이었다. 김좌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푹 들어간 주먹자국의 땅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김좌진은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분명히 힘내기에서 패한 것이었다. 상주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상주가 또 안보였다. 불과 몇 초의 시간밖에 안 흘렀는데도 상주가 온데간데 없었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상주의 모습이 없었다.

영리한 김좌진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상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 앞에 있는 삼준산의 산신령이 상주로 변해서 자신을 깨우쳐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삼준산 산신령은 남달리 힘이 세고 의협심이 강했던 김좌진의 됨됨이를 일찍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김좌진이 삼준산을 넘어갈 때, 상주로 변장하여 나타난 것이다. 김좌진에게 그 힘을 헛되이 아무데나 쓰지 않고 값진데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사라진 것이다.

그 뒤로 김좌진은, 힘을 아무데서나 쓰지 않았다고 한다. 힘을 더욱 갈고 닦아서 나라의 독립을 되찾는데 값지게 쓸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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