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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보령시 오천면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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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보령시 오천면 미인도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6.08.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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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도 어쩌지 못한 도미부인 정절 전해

▲ 도미부인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미인도.
우리고장 보령시 오천면 교항리에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도미부인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곳은 옛 충청수영성이 있던 오천항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다. 유명한 도미부인 전설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도미부인은 백제 개루왕 때에 살았던 여인이다. 개루왕은 여색을 탐하기로 유명했던 임금이다. 어느날 개루왕은 이 지역으로 순시를 나왔다가 도미부인의 미색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음심이 생겨났다.

개루왕은 부인의 남편인 도미를 불러서 은근한 압력을 가해왔다.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결한 여인이라도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교묘한 말로 유혹하면 넘어가지 않을 여인이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도미가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속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사오나, 신의 아내만은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옵니다.”

▲ 정절각에 모셔진 도미부인 영정.
개루왕은 도미부인의 정절을 시험해보겠다고 했다. 도미를 집에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고 신하 한 사람을 왕으로 꾸민 후에 도미의 집으로 보냈다. 그 신하는 밤에 도미의 집에 이르러서 왕의 행세를 하며 말했다.

“오늘 도미와 내기를 하였는데 내가 이겼으므로 너를 얻게 되었다. 내가 너를 궁인으로 삼을 것이니, 오늘 밤부터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도미부인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가 어찌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겠사옵니까? 임금님께서 먼저 침소에 들어가시면 옷을 갈아입고 곧 들어가서 모시겠나이다.”

도미부인은 급히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계집종 하나를 단장시켜 방으로 들여보냈다. 이튿날 개루왕은 도미부인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했다. 남편인 도미에게 애매한 죄를 뒤집어 씌워서 두 눈을 빼고 조각배에 실어 앞바다에 띄워 보냈다.

개루왕은 도미아내를 불러서 사실을 알리고 잠자리를 같이 할 것을 명했다. 이에 도미부인이 크게 실망하며 대답했다.

▲ 도미부부 합장묘.
“이제 남편을 잃고 홀몸이 되었으니, 저 혼자 힘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나이다. 어찌 더 이상 임금님의 명을 어기겠사옵니까? 그런데 지금은 제 몸이 생리 중이어서 정결치 못하옵니다. 몸이 깨끗해진 후에 임금님을 모시겠사옵니다.”

개루왕은 도미부인의 말을 믿고 허락했다.

도미부인은 그날 밤 허겁지겁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배가 없어 통곡하고 있는데 조각배 한척이 물결을 따라서 다가왔다. 도미부인은 이 배를 잡아타고 물길 흐르는대로 바다 가운데로 떠내려갔다. 조각배는 도미가 떠내려간 길을 따라서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렀다. 도미부인은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다가 드디어 남편을 만났다.

도미부인은 풀뿌리를 캐먹으며 남편과 근근하게 목숨을 이어나갔다. 마침내 함께 배를 타고 백제를 탈출하여 고구려 땅에 이르렀다. 고구려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옷과 먹을 것을 주었고,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이상이 삼국사기에 전하는 도미부인 전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옛날 도미가 살던 섬은 ‘미인도’라고 부르고 있으며 ‘빙도’라고도 부른다. 또한 남편인 도미 이름을 따서 ‘도미항’이라고 부르던 조그만 포구 이름도 남아있다. 또한 도미부인이 바다로 떠내려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통곡하던 산봉우리 이름은 ‘상사봉’이다. 상사봉에서 바라보면 주변 바닷길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상사봉 아래 산 중턱에는 도미의 넋을 기리는 ‘정절각’도 세워져 있다.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한편, 경남 진해시 정안동 해변마을에는 옛날부터 도미부부의 묘가 있었다. 전설대로라면 아마도 백제를 탈출한 도미부부가 이곳에 정착하여 살다가 죽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미부부 묘소 일대가 공단과 택지로 개발되자, 1992년에 보령시에서 정절각 옆으로 이장해왔다.

도미부인의 유적지와 오천항은 2㎞쯤 떨어져 있다. 오천항 옆으로는 조선시대 충청수영성이 자리잡았던 성터가 잘 보존되어 있다. 도미부인 유적지를 답사하고 오천항으로 달려가서 충청수영성을 둘러본 후에 먹는 회맛은 천하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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