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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홍성의료원 '환자체험' 1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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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홍성의료원 '환자체험' 1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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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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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료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간호해야지
이현옥(홍성의료원 제3병동 간호사)

2002.2.20일 환자가 입원하면서 겪는 불편과 고통을 공감해 보기 위한 여러 체험을 나섰다.

16:30 우선 입원 수속을 하기 위해 병원 로비로 왔다. 매일 출근하는 내 집과도 같은 곳인데도 색다른 경험을 하려하니 무척 낯설기만하다

홀로 접수계에 서니 얼마전 치통으로 ○○치과대학병원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처음 간 곳이라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접수를 하기 위한 절차조차도 막상 퍼뜩 떠오르지가 않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진료 수속을 밟았다. 그 곳에서 진료 행위를 받은 것 이라고는 방사선과에서 필름 찍은 것과 진료 상담을 약10분간 받은게 전부였는데 어찌나 오라가라하는 것은 많던지....

접수를 하기위해 10분간 기다렸고, 치주과(2층)에 올라가서 또 다시 접수를 해야 했다. 그리곤 엑스레이 비용을 내러 수납에 다시 내려갔다 와야 했고, 진료를 받기 위해 2층에 올라 40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제대로된 치료는 하나도 받지 못한채 그 먼곳에서 도로 홍성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허탈했음을 기억한다. 오늘 또 다시 나는 그 불편함을 겪는가 보다.

16:50 입원실에 가서 환의로 갈아 입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마치 내가 진짜 환자가 된 기분이 든다
우선 혈당검사를 했다 두려움을 안고 손가락을 내민다. 매일같이 내가 행해 왔던 혈당검사! 그러나 오늘은 내가 찔리는 입장이로구나! 침이 오늘따라 왜 그리 굵고 커 보이는지.... 침이 손가락에 푹 들어오는 순간 손 끝이 무척 따끔했다.

그 자그마한 것이 별것이랴 싶었는데, 환자들은 왜그리 엄살을 떠는가 했는데.... 환자들이 왜 그렇게 혈당검사를 기피하는지 알 것 같다. 한 번도 아픈데 입원 내내 하루 3~4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은 오죽했으랴

그리고 나서 수액주사를 맞았다. 예전에 수액주사를 맞아 본 적이 있어서 그다지 두렵진 않았지만 역시 주사 맞는 건 간호사인 나도 싫긴 싫다. 예리한 주사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기분이란 아프고 두렵기만 할 뿐이다. 이 순간 나는 또 느낀다.

환자들 중엔 정맥혈관이 굳거나 극히 약하고, 정맥혈관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링거 맞기가 무척 힘든 환자가 있다. 그런 환자는 간호사에게도 곤욕을 주긴 마찬가지라 수액주사를 맞을 때 무척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우선 정맥혈관을 찾기 위한 시간이 많이 걸리고(병동이 바쁜 때일수록 짜증이 더 날 수 밖에 없다) 한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간호사로서 민망하기 그지없다.

수회에 걸쳐 혈관을 대면서도 나는 환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던거 같다. 그저 얼른 성공하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그래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기에... 미안하다. 누군지 기억이 없는 스쳐간 환자들에게... 한번 맞는 것도 이렇게 아픈데 수십 번을 찔러야 했던 그 누군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17:00 그래도 병원에 입원하면서 기다린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식사 시간이다. 그러나 밥 먹는 것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으면 15~20분이면 다 먹을 밥을 20분이 넘어서 까지도 절반 밖에 못 먹고 음식이 다 식어 버려서 식판을 내 놓고 만다.

17:00 식사를 한 후 O2 cannular(산소비강 흡입)를 끼고 물을 마셔본다. cannular가 코에 들어가 있어서 좀 답답한 상태인데 물을 마시려니 약간의 숨이 참을 느낀다.

18:30 링거주사액을 들고 화장실을 간다. 물론 다년간 임상에 있는 나로선 링거주사를 들고 다니는데는 능숙하다. 손이 그다지 자유롭진 않지만 어려움 없이 화장실을 간다. 그런데 무척 조심스럽다는 걸 느낀다.

환자들중에 특히 노인이거나 아니면 거동이 불편하고, 중증의 환자는 링거주사를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한다. 또한 요령이 없으니 수액 속에 피가 가득 고여서 봐달라고 나오는 때가 많다. 그러나 오늘 나 역시 그들의 고충을 겪어 보면서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겠다.

19:00 간호사로서 환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기쁘다. 이 기억을 잊지 말고 환자에게 의료 행위를 할 때 내가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생각을 해야 겠다. 그리고 앞으로 환자에게 더욱 따뜻한 배려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나는 새로움을 품은 상기된 얼굴로 병동을 향한다.
<독자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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