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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시한부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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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시한부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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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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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신<김내과의원 원장>

▲ 김용신<김내과의원 원장>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에 걸려서 오래 못 살아요!

라고 한다면 이 엄청난 현실 앞에서 울고불고 쓰러지는 것도 사치다.

그저 멍하니 태초의 혼돈처럼 어떤 구체적 선명한 영상이나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앞을 바라볼 것이다.

이어서 이젠 어떡하지?! 생각의 실마리를 끄집어 낼 것이다. 왜지? 왜 이렇게 됐지? 나만 이렇게? 가지각색 생각 중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세상을 원망하고 창조주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대범한 창조주는 아무런 대꾸조차 없다.

네가 알렸다! 아닙니다. 전 고지식하게 살아온 죄 밖에 없어요. 열심히 일하고 생활비 통장에 매달 넣어준 것 밖에 기억이 없네요.

요즘 말마따나 할 일이 많아서 못 간다고 전해라! 택도 없는 짓이다.

이제 그는 절망한다. 나야 멍하니 벼락을 맞은 듯 가만있을 수밖에 없는데 하! 가족이 불쌍하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가족들은 어쩌란 말이냐!

내일 염려 내일하라 오늘 고생 족하다 했건만, 내일 내일 또 내일의 행복을 위해 휴식과 즐거움마저 미래 주소지로 택배 보내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근데 이게 뭐람!

이제 죽음을 긍정할 때 확 바뀌게 된다. 음 ! 이 시간이 소중해!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

자 다 정리하자. 가족 말고는 다 바꿔! 사업을 직장을 다 정리한 채 남은 날을 위해 꼼꼼히 알뜰하게 살아야지. 한걸음 한걸음 땅을 디딜 때 마다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신호를 맘껏 느끼며 누려보자 아 이것도 기적이다. 아 이런 신비도 모르고 살았구나. 산들 바람과 저녁노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전해오는 메시지를 받아드리자.

항암제의 암세포 공격도 그만 했으면 최선을 다했어. 더 이상의 항암제는 또 강력한 암 유발물질이지. 머리 빠지고 진절머리 나는 구역질. 토하고 또 토하고 창자까지도 올라오려고 해!

이젠 휴식과 자연과의 소통이 필요해. 평생 못 다한 소통을 다 해보자. 미안한 일도 짓궂은 일도 증오도 용서를 빌고 이해하자. 못 다한 애틋한 마음도 애정도 더 가꾸고 미소를 보내자.

어머 저 분 봐. 암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저 평화 저 겸손! 거룩하게 까지 느껴져.

저 별의 장막 너머로 긴 여행 떠나는 나그네의 표정 봐!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도 대견하네. 우리 또 만나요. 잠시 헤어지는 것뿐이라오.

병원은 죽음의 자유도 빼앗아 간다. 숨이 넘어가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마지막 며칠 몇 시간이라도 연장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의무인 것처럼. 그리고 기관 기관구멍마다 별 의료기구가 꽂힌다. 관 하나 하나가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 기구이자 돈 덩어리다. 그리고 세균이니 치료의 장애가 된다느니 하며 가족의 접근마저 빼앗아 버린다.

죽음이 문턱에 왔는데도 기적을 바라는 마음 하나로 모든 게 미화된다. 이젠 이런 헛수고는 멈춰야 된다. 고귀한 생의 마감시간을 주자. 살던 집에서 추억이 깃든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데서 임종을 맞이하자.
아파트 구조가 이웃에 번거로움을 준다면 임종센터를 만들어서 최소한의 의료진을 두고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누구나 시한부 인생입니다. 단지 형태와 때를 달리 한 것뿐이지. 다 한 세상 살다 가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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