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수필/김성수 '울아빠는 택시운전사'
상태바
수필/김성수 '울아빠는 택시운전사'
  • 김복실
  • 승인 2002.03.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 아빠는 택시운전사
사랑하는 우리 딸 하늘아! 결혼 7년 만에 소중한 너를 얻고 엄마 아빠는 너의 작은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가슴 조이고 놀라고 울고 웃으며 함께한 시간이 벌써 15년, 항상 동그란 애기인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이쁘고 건강하게 다 커버렸구나. 어느새 엄마보다 더 커버린 널 보며 엄마 아빠는 대견스럽고 감사하기만 하단다.

네가 두 살때부터 시작한 개인택시 사업을 천직으로 알고 택시운전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보람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아빠는 최선을 다해왔지만 네가 아빠의 직업에 어떤 생각을 할 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단다. 그러나 시내 어디에서든 아빠 택시만 보면 크게 "아빠"를 부르며 환하게 달려오고 친구들과 같이 있을땐 "울아빠 택시운전하셔" 하며 어깨를 으쓱 으쓱했던 네 얼굴을 생각하면 아빠는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미소짓곤 한단다.

최근 우리집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이 생각난다. 작년 초 쯤에 네가 가수 지오디 그룹에 빠져들때 엄마 아빠는 처음 겪는 너의 변화에 당황스러웠고 공부에 지장을 줄 것 같아 반대했고 너와 처음으로 의견이 틀린 적이 있었잖아. 나중에는 네가 몰래 팬클럽에 가입하고 우편물은 친구네 주소로 받는 등 작은 거짓말을 해서 엄마 아빠가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지. 솔직하기만 했던 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아빠를 화나게 했지만 어느새 커버린 널 이해하려하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단다.

그 사건 이후 아빠는 신문에 지오디 기사가 나오면 챙겨다 주고 엄마는 네가 없는 시간에 지오디가 TV에 출연하면 빠짐없이 녹화해 주었지. 지금까지도……. 충분히 이해해야 신세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사건이었다.

하늘아! 너 땜에 엄마 아빠도 조금씩 지오디의 팬이 된 거 너 아니? 엄마는 지오디의 '다시'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고 아빠는 멤버 중 태우의 가창력이 너무 좋드라. 하늘아! 오즘은 당연한 실천이 신기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너는 학교생활, 10여년간 해온 피아노 연주, 주말엔 교회 선생님 역할까지 잘 해 내고 있어 아빠는 네가 이쁘기만 하단다. 얼마 전 친척오빠 결혼식에서 웨딩마치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는 네가 여기까지 건강하고 바르게 왔음을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네가 밤 12시가 지나서야 지친 얼굴로 집에 오는 걸 볼 때 너무 일찍 세상빡 경쟁속으로 내보낸 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우리 딸 하늘아! 온 세상에 셋 뿐인 우리 가족, 작고 외로워 보이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조금씩 크게 발전해 나가는 가족이 되고 작은 꿈과 소망들을 이루어 낼 수 있으리라 맏는다. 아빠다운 아빠, 엄마다운 엄마, 딸다운 딸의 모습으로…….

지난 설날 연휴때 아빠가 많이 아파서 큰 병원에 갔을 때 너와 엄마의 기도와 사랑이 있었기에 빨리 회복이 되었다고 아빠는 믿고 있다. 사랑하는 하늘아! 아빠는 무엇이 되었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훗날 네가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도록 활기차게, 재미있게, 보람있게 지내길 아빠는 원한다. 하늘아, 엄마 아빠가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거 알 쥐?"
(홍성읍 내법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