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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주시영 한국은행 국장 대우 - 주식열풍과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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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주시영 한국은행 국장 대우 - 주식열풍과 무관심
  • 김복실
  • 승인 2002.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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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열풍과 무관심
몇 년째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있다. 이유라고 할 것도 없이 우선 교통난이 심한 지역에서 지하철은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은 자유롭게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보거나 잠을 잘 수 있으며, 저녁에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여유까지 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이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자리잡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차에 타는 순간 한눈에 곧 내릴 만한 사람을 골라 그 앞에 서 있어야한다. 그 방법은 승객들이 환승하기 편한 칸을 골라 타되 졸고 있는 사람, 정장을 한 사람, 눈에 익은 사람 등을 피하여 조건에 맞는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으면 그 두 사람 앞에 양다리 걸치기로 넓게 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최소한 둘 중 한사람은 몇 정거장 이내에서 내린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의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기미를 보인 주식시장이 금년 들어 주요업체의 경영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대되면서 더욱 오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지수가 지난해 미국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보다 배 가까이 올랐고 2000년 이후 최고의 주가를 보이고 있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바람에 주식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흔히 주식거래는 하는 사람도 바보이고, 하지 않는 사람도 바보라고 말한다. 주식거래는 투기라서 결국 손해를 보게되므로 하는 사람이 바보이고, 반면 잘만하면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 잘 아는 교수가 주식거래 방법에 대한 책을 출판한 것을 보고 만났을 때 주식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투기위험 때문에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면 투기란 무엇이고 과연 주식거래는 투기인가? 일반적으로 투기란 투자와 비교되면서 시장가격의 급변하는 틈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로 일컬어진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식거래는 다른 금융거래에 비해 가격변동이 심하여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므로 투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은 어디에도 따르므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것은 이성(異性)에 들떠있는 10대 젊은이에게 사랑과 욕망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 한다.

어찌되었던 오늘날 주식거래가 투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주식거래는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수단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이자 합법적 머니게임으로 지칭되고 있다. 돈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수익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법이다. 더군다나 요즈음처럼 저금리시대에는 고수익 금융상품을 찾아 거래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1년 말 현재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이 약 330만 명이며,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식시가총액은 약 310조원이다. 이는 채권발행잔액 492조원, 예금잔액 382조원과 비교되는 규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거래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사는 사람이 무슨 주식이냐 하고 언제까지나 외면하기엔 너무도 우리생활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있다. 주식거래가 예금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온 만큼 어떻게 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를 생각할 때라고 본다. 물론 주식거래에는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주식거래 잘못하여 패가망신에 폐인까지 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아왔다. 다시 주식을 하면 성(姓)을 바꾼다 해놓고도 전광판에 주가상승을 나타내는 빨간 불만 보면 판단력을 잃고 또 사게 된다. 온통 빨간 전광판을 보노라면 흡사 바닷가에서 새까맣게 기어다니는 게를 보는 것 같아 뛰어들어가 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주식이다.

그러면 이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험한 주식시장에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나? 거기에 이르려면 많은 원칙을 지키고 연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그중 하나가 바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주식에 관심을 갖고 전체 시장상황을 보고, 업종별로 업체별로 시세변동을 관찰한다. 아울러 항상 업체별 영업실적과 내재가치의 변화를 주시하며 시장 동향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시기를 기다리다가 예컨대 미국테러사건 발생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되면 비로소 산다. 주가는 변하며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 변동을 흔히 사람들은 위험이라고 말하고 주식거래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지하철에서 자리잡기 어렵듯이 주가가 변하지 않는다면 거래 매력은 감소하게될 것이다. 참고로 지난 1년 동안 각 주식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비교해보면 50%이상 차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연중 반복되는 등락률을 모두 감안하면 연초 원금의 몇 배 이상이 변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이는 결과를 가지고 계산상으로 나온 수치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경계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심은 모든 비극과 불행의 싹을 키울 수 있고, 또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도 방기(放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무관심 속에서는 결코 이룩될 수 없다. 관심이 있어야 노력이 생기고 노력이 있어야만 완성이 있다.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습관이다.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또 성격은 운명을 결정하게된다. 지하철에서 자리잡는 하찮은 일조차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판에 하물며 자기의 재산관리를 비롯해서 노후대비, 건강관리, 가족화합 등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더욱 일러 무엇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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