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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권재완 소풍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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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권재완 소풍공방 대표
  • 양혜령 기자
  • 승인 2015.02.12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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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에서 공방장으로 제2 인생

 
생활과 하나된 가구 제작 꿈

“나무는 사람과 비슷해요. 부드럽고, 따뜻하고 오래가고…. 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향기 또한 너무 좋습니다.”

한동안 뜸했던 눈이 펑펑 쏟아진 지난 9일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 15년 동안 은행원 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가구 제작자로 홍성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권재완(45) 씨를 그의 작업실인 ‘소풍 공방’에서 만났다.

권 공방장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할 나무들이 가득한 공방에 들어서자 이름 모를 나무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공방 곳곳에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소풍 공방의 ‘소풍’은 휴식을 위해 야외에 나가는 소풍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흰 디자인을 의미하는 ‘소풍(消風)’, 다시 말해 심플한 소품을 만든다는 것이 권 공방장의 설명이다.

서울이 고향인 권 공방장은 고교 졸업 후 은행에 입사했다. 그러던 2006년 홍성으로 발령 받아 근무하다 2009년 명퇴를 하고 홍천마을에 평생 살 공간을 마련했다.

권 공방장은 “3년여간 근무해보니 홍성이 조용하고 살기 좋았다”며 여러 곳을 둘러보다 마지막 근무지인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전했다.

나무와의 인연은 지난 2010년부터다. 우연히 목공을 접한 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교육을 받으며 즐거움을 느꼈고, 5년 동안 한 우물을 팠더니 취미가 직업이 됐다.

권 공방장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행운일 것”이라며 “저 또한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작업복에 묻어 있는 나무 가루에서는 그의 행복감이 느껴졌다.

소품부터 가구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권 공방장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그려 모아놓은 책을 보여주며 뿌듯해 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생활은 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말자,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기술을 배웠고, 창업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찾으려면 발판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죠. 미리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권 공방장은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하면 성공할까’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우선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공방장의 꿈은 생활과 일체된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평생 나무와 천천히 오래 걸어가고 싶다”는 그의 말이 나무의 고운 결들과 은은하게 감돌았다.

나무공방 소풍 : 홍북면 중계리 407번지 (010-4508-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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