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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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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명물
  • 박상미
  • 승인 2001.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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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롭게 시작의 문을 여는 삶
유년시절…… 바다와 소나무의 고장 서산은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좌판에 물건을 펴놓고 온몸으로 삶을 얘기하는 장터의 아낙들, 생선에서 나오는 물기로 인해 질퍽거리는 바닥으로 늘 분주한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들로 흐뭇하고 정겨운 모습은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우쳐 주기에 충분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시며 언제나 당당하시던 어머니, 5남매 중 차녀로 태어난 임계숙(34·혜전대학 전자출판과 2학년)씨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머니를 도와 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눈엔 언제나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꿈 많던 여고 시절의 방황은 대학을 포기할 만한 이유를 부여했다. 사춘기의 과제물들은 임계숙씨의 재능들을 잃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도 기회를 놓쳐 모두 접어야만 했다.
우연한 일로 서울에 있는 보육학원에 다니게 되어 유치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환경 정리와 그림 그리기 등은 임계숙씨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은 드물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대학이란 단어는 더 큰 언어로 임계숙씨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그 이후 부모님의 권유로 맞선을 보게 되었고 생각이 없던 자리라 5분을 할애할 생각으로 10분 뒤에 떠나는 서울행 버스표를 예매해 두었다. 낯설지 않은 얼굴, 전에 잠시 다녔던 입시학원의 선생님이었다. 내 의사를 밝히고 상경길에 올랐지만 끈질긴 선생님의 인내로 임계숙씨의 꿈들을 잠시 접어두고 아름다운 젊음을 당시 선을 본 남자, 지금의 남편과 함께 했다고 한다.
이젠 세 아이의 엄마로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날들이었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6년 전 큰 아이가 희귀한 병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일년에 두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큰 아이의 어려움이 임계숙씨의 약해지는 몸과 마음을 강하게 다지게 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는데 이젠 제법 아이들 스스로 잘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열매를 맺으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임계숙씨 스스로 자신이 먼저 좋은 나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단다.
97년 셋째 아이 출산 후 산후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 백일이 지난 후부터 아이와 함께 배운다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뛰어다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건강 코디네이터 자격증, 글쓰기 독서 지도자 과정 수료, NIE 지도자 과정 수료, 대화 기법 수료, 부모 역할 훈련 과정 수료,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자격증도 얻게 되었다.
스스로 치료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우울증이 사라졌다. 남들은 애물단지로 생각하는 아기가 나에게는 힘이 되고 희망이 되어 하나하나 임계숙 씨에게 다가왔다.
살림하랴, 세 아이들 돌보랴,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누나, 딸 노릇, 학생 노릇 등 힘겹고 버겹지만 스스로 하고 싶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모든 걸 잊어버리고 생활하고 있다.
"난 이제 시작이다"
임계숙 씨는 이제 시작한 공부의 인연의 끈을 놓치 않으려고 한다.
고교를 졸업한지 17년이 되었지만 지각을 깨울 수 있는 새로운 지식과 배움의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1학기 평균학점 4.5만점을 맞아 전체 수석과 2학기 차석을 차지할 만큼 성적도 우수하며 현재 혜전대학 전자출판과 과대표를 맡아 궂은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는 왕언니로도 통한다.
또한 지난해 겨울 방학에는 지역사회학교에서 열린 흰눈 글쓰기 교실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글쓰기 지도봉사를 하며 밤을 새웠고, 아이들이 쓴 글을 한권의 자료집으로 만들었을 때의 기쁨은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줬단다.
임계숙씨는"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교육학을 이수해 일반사회인이나 청소년들을 상대로 하는 사회복지관련 단체나 심리학으로 강단에 서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소중히 여기며 만족해 할 줄 아는,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며 같이 호흡해 주는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함은 임계숙씨의 또 다른 삶의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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