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농산물값 폭락···농촌 위기 고조
상태바
농산물값 폭락···농촌 위기 고조
  • 민웅기
  • 승인 2001.1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 80kg 1만6000원 하락,,,배추 매기조차 없어
농산물 값이 대폭락해 농촌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촌의 주 소득원인 쌀 값이 폭락했다. 쌀값은 현재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매가를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40kg 벼 1 가마에 6000원 정도가 떨어졌다. 이는 73%의 수율시 80kg 쌀 1가마당 1만6000여원 하락이다.

20마지기의 농사를 짓는 농민이 1마지기당 4가마 생산으로 계산할 때 지난해 보다 소득이 130여만원 줄어든다는 결과이다.

한창 출하시기를 맞은 배추도 가격 하락과 매기가 없어 생산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홍동면 월현리 개월마을의 주정희씨는 "며칠전 직접 내 차에 싣고 가 천안공판장에서 포기당 220원을 받았다. 작년 350원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씨는 특히 가격보다 매기가 없는게 더 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밭떼기는 매매가 안된다.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00평에 배추를 심었다는 홍북면 봉신리의 ㅇ모씨는 "잠도 안 온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조합원들과 2550톤을 계약재배한 결성농협도 적자를 감수하며 '울며 겨자먹기'식 출하를 하고 있다.

결성농협의 최창수 상무는 "3000포기가 실리는 5톤차 1대에 75만원 정도 받는다. 농민 계약금액 50만원, 상차비 25만원, 운임비 25~30만원, 공판장 청소비·수수료 5만원을 합해 차당 30만원 이상 적자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상무는 특히 가격이 50만원 정도까지 떨어진다면 출하하지 않고 폐기처분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추는 일반 소매에서도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읍 오관리 상설시장내 대동상회의 김옥수씨는 "현재 포기당 600원 정도에 팔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안된다.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성지역 경제의 주춧돌인 양돈산업도 사료 값 인상, 생산비 이하의 판매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영빈 양돈협회 홍성군지부장은 "현재 생체 근당 800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생산원가인 950원은 돼야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지부장은 특히 올해 생산비의 60%를 차지하는 사료 값이 한꺼번에 15%나 올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과일 값도 생산비 이하로 추락했다. 홍성원예농협 판매부의 신영근씨는 "배 값이 15kg 1상자에 예년 2만원대에서 현재 1만2000원으로 4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배값은 생산비인 2만원대는 유지돼야 하며 사과 값도 배값에 비해서는 좋은 편이나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른 정도는 아니며 비싸도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 팔 양이 없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특작 농가들도 오래전부터 기름값 상승과 가격 하락 등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홍성읍 송월리 방울토마토 작목반의 경우 전국적으로 품질과 지명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울토마토의 전반적인 가격 침체로 덤태기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하석 작목반장은 "하우스 가온을 위한 경유 값이 98년부터 배로 뛰었다. 4kg에 1만8000원은 나와야 하는데 현재 평균 4000~7000원에 출하되고 있다. 매년 가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 빚만 늘어 간다"고 말했다.

금마면에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최호진씨는 "예년에 비해 현재 가격은 조금 좋은 편이다. 그러나 별로 재미를 못 본다. 작황이 좋지 않고 실패할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밝혔다. 가격이 좋아도 출하량이 급감해 농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농산물 값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농업, 농촌에 대한 위기감 마저 고조되고 있다.

결성농협의 최창수 상무는 "농촌 붕괴 직전으로 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풀무생협의 박인수 전무도 "심각하다. 정부가 2004년 WTO 협상을 앞두고 사전 작업을 하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많은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의식 전환과 특단의 대책만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