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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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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내린 민주호 격랑의 바다로
선장내린 민주호 격랑의 바다로

<박창식 기자/cspcsp@hani.co.kr> 김대중 대통령이 8일 전격적으로 당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민주당은 `김대중 1인정당'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총재직 사퇴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당은 내부적으로 심한 충격과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정신적으로나 법적 권한 면에서 유일한 `중심'이던 총재의 사퇴로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차기지도체제를 구축할 때까지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모양이 된 것이다.
민주당의 과도기적 혼란은 1차적으로 정책적 정체성 문제에서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의 기조를 잡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던 총재가 궐위됐으며, 그것을 대체할 아무런 권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햇볕정책과 재벌개혁, 중산층과 서민 중시 등의 민주당 노선은 기본적으로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기보다는 김 대통령 1인의 정치철학에 뿌리를 둔 측면이 컸다. 또한 총재의 절대적인 권위 때문에 언론사 세무조사, 남북관계, 교육개혁 등 계층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두고서도 큰 마찰음 없이 대체로 한 목소리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속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민주당은 98년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끌던 국민신당 흡수와 옛여당 의원 영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질적인 세력이 혼재된 상태다.
좀더 현실적인 문제는 다가오는 대선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툭하면 이런저런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내홍에 휩싸이곤 하던 민주당에서 그나마 `심판관'의 존재마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의 `쇄신 갈등'도 권력투쟁적 측면에서 본다면 차기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각 진영이 벌이는 샅바싸움의 성격이 짙었다. 당 관계자는 “일종의 대선후보 선출 전초전 성격의 쇄신 갈등을 두고 김 대통령이 조정의 한계를 느껴 총재직을 사퇴했다면 앞으로 전개될 일들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이번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 눌렸던 차기 대선후보 문제가 즉각적으로 전면에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총재 궐위 때 두 달 안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한 당헌 규정 때문에라도 조기 전당대회 문제가 성큼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총재직을 사퇴했다고 해서 김 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한 법적 권한은 내놓았지만, 당원들과 민주당 지지계층 속에서의 정신적 지도력은 당분간 어느 정도 유지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지금 당장은 초연한 존재로 돌아가더라도, 조만간 펼쳐지게 될 대선후보 선출 국면 등에선 여전히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는 “소속 의원·지구당위원장에 대한 장악력은 지난해 총선 때 마지막 공천권 행사 이후로 사실상 상실됐지만,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총재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정황들은 민주당이 `김대중 당'을 완전히 탈색하기까지에는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터넷한겨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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