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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과학적 사고력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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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과학적 사고력 기르기
  • 황선미 군민기자
  • 승인 2013.11.1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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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을만 되면 늘 가을 들녘 그리기, 가을 과일그리기 등등 특별한 주제가 없을까? 아니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하고 시간이 조금 흘러 번뜩이는 주제가 생각났다. 차를 타고 쌩 지나쳐가던 벼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새들이 맛있게 익은 벼를 쪼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농민들의 피땀 어린 곡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도둑들!

한 두 마리면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때지어 와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그리고는 머리에서 만약에 저 새들을 쫓아 주는 허수아비가 로봇처럼 막아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졌다.

수업이 있었던 날, 아이들에게 허수아비를 그리자 했더니 “저번에도 그렸어요, 재미없어요, 그게 뭐예요,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온갖 불평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허수아비를 그리고 재미가 없었으면 불같이 짜증들을 내는 것일까? 아이들의 울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주제를 말해주었다. 일반적인 허수아비가 아니고 2050년도 미래의 허수아비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려 볼 거야라고 말했더니 순간 조용해 졌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아이들은 갑자기 너도 나도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더니 질문을 했다. “로봇이여야 하나요, 날아다녀도 되요? 폭파장치를 달아도 됩니까” 순식간에 아이들은 집중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2050년 허수아비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냥 풍경을 그리던 때와는 달리 속도도 2배나 빠르게 슥슥 그려나갔다. 어떤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다 나에게 “그냥 그리는 과학상상화 보다 좋네요”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 분야의 모든 경우들을 다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해주면서 그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과학적 장치들을 허수아비에게 달아주느라 정신이 없는데 한 여자 아이는 그냥 여자 허수아비를 그리고 있었다. 혹시 과학적으로 그리기가 뭔지 몰라 그러는 건가 싶어서 조심히 다가가 물으니 미인계를 쓰는 허수아비란다. 한 가지 더 멋진 사실은 카메라가 있어서 참새 눈을 마주치며 참새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윙크를 보내준단다. 어찌나 색다르고 멋진 상상이던지, 또 한 아이는 입에 참새들이 어지러워하는 물을 발명해서 분무기처럼 허수아비 입에서 뿜어서 새들을 어지럽게 할 것이 라고 한다. 그림만 봐도 빙글빙글 어지러움을 잘 표현하여 주었다.

허수아비를 큰 참새 모양으로 그려준 학생은 친구인줄 알고 다가오면 잡아서 가두어 둔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팔이 쭉쭉 늘어나 손에 달린 센서가 참새를 잡게 따라가서 잡아 준다고 한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허수아비 대신 하늘을 날면서 참새를 잡아 준다는 아이의 아이디어도 놀라웠다.

그밖에도 인공적으로 토네이도를 일으켜 새들의 접근을 막겠다는 아이, 파리지옥처럼 허수아비 모자위에 먹이를 두고 유혹해 잡아들이는 아이, 벼들 위에 아직 안 익은 것처럼 보이게 투명 망토를 씌우겠다는 아이, 벼를 투명하게 보이는 물을 뿌려 주는 허수아비를 만들겠다는 아이 등등 엄청난 아이디어 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술은 정말 아이들에게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만 가르치는 교육일까? 아닌 것 같다. 미술은 아이들을 꿈꾸게 하고 사고를 함으로써 자라게 해주는 것 같다. 과학적인 사고도 해보고 전통 민화를 그리면서 동양과 서양의 그림이 왜 다른지도 생각해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느낌을 표현해 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시 한편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보고, 도형들이 어떻게 합해지면 그림이 나오나 고민도 해보고, 전개도를 보면서 무슨 도형이 나올까 생각해보면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복합 사고를 하는 것 같다.

특히나 오늘 수업처럼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들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아이들도 모두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웃고 즐기는 수업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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