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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육두문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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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육두문자 유감
  • 민웅기
  • 승인 200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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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잣대
흔히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진다. 또한 말의 '본새'는 그 말 하나의 진의나 쓰임의 적절성을 떠나 말하는 사람 자체나 얘기 전체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자녀를 둔 부모치고 이 '말 본새'의 중요성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막 말을 배워 가는 아이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꺼내 놓는다면 그 말의 의미를 따질 겨를도 없이 당혹감으로 얼굴부터 달아오를 것이다.

며칠 전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홍북면 소재지 모 식당에서 우연히 지역 주민들과 한 상을 하게 됐다. 면내 기관사회단체장, 지역 유지 등을 포함 7~8명이 모인 이 자리의 주된 얘기는 '육두문자(肉頭文字)'였다.

이미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번 회자됐었다고 전한 한 주민의 주장의 요지는 "이상선 군수가 (지난달 29일 어경마을 회관 준공식에서) 공식 석상에서 입에 담지도 못 할 육두문자를 섞어 가면서 1시간 넘게 얘기한 것은 홍북 면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사실들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홍성 전체가 망신을 당하게 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민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주민의 대표가 주민을 무시할 리 없으며 더더군다나 재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한 표 한 표의 주인인 주민이나 면민을 무시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축사의 시간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57분, 혹자는 1시간 15분, 또 다른 사람은 딱 1시간이었다고 말하지만, 군정을 책임진 대표로서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는데 1시간이면 어떻고 2시간이면 어떠하냐는 판단이다.

더 나아가 이상선 군수의 불편한 심기에 대해서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군수의 주장처럼 마을회관 준공식에서 사진을 함께 찍어 전달한 일이 그 마을의 '영원한 역사'로 삼기 위한 정말 순수한 의도이며, '대한민국에 없는 아름다운 일'이라면 이를 문제삼아 고발하거나 또 그 고발을 근거로한 선관위의 조사가 너무 하는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또한 오래 전부터 노력해 온 홍주의사총의 국가문화재 지정이 이뤄진 마당에 그 지정을 축하하는 기념식의 축하 애드벌룬을 하나도 아닌 두 개씩이나 자른 극히 불순한 의도(?)에 어찌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표현의 방법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군수의 표현을 다시 일일이 거론,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그 '말'의 표현들이 이 군수의 불편한 심기의 진의를 전달하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나 하는 점이다.

특히 이 군수의 표현의 방법들이 홍성 밖으로 알려질 때 혹여나 '홍성이나 홍성 주민들의 표현의 수준'으로 일반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군수는 분명 홍성, 홍성 주민의 대표이며 공인이고 공식 석상에서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성 전체가 망신을 당하게 될 정도"라는 한 주민의 주장은 거부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이 군수는 축사의 말미에 불편한 심기를 '말'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표현의 방법을 들은 주민이나 전해 들은 주민들도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당일 행사장에는 4~5명의 어린아이들이 내내 뛰어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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