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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학교 미술이야기 ②/ 어른 눈으로 아이 그림 해석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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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학교 미술이야기 ②/ 어른 눈으로 아이 그림 해석하지 마라
  • 황선미 군민기자
  • 승인 2013.06.2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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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오늘은 자신이 키우고 싶은 꽃 화분 그리기를 해보자” “저는 좋아하는 꽃이 없어요” “선생님 00는 먹는 것만 좋아 한데요.” 아이들은 주제 하나를 가지고도 다양한 생각을 뿜어냈다. 아직은 봄이 느껴지지 않아 춥기만 하던 지난 4월 어느 날 학생들과 봄을 느끼고자 꽃 화분 그리기 수업을 했다. 다양한 봄꽃 이미지 자료를 나누어 주고 원하는 모양의 화분에 그려서 심어 주기로 했다.

다양한 생각이 담긴 그림들을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느껴졌다. 이 글을 읽기 전 어른들도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얼마나 아이들보다 상상력이 떨어지고 틀에 박혀있는지를….

“꽃잎이 왜 3개 밖에 없니?” “바람이 불어서 떨어졌어요.” “꽃이 왜 고개를 숙이고 있니?”

“인사하고 있는 거예요. 봄에 피어나서 반가워서요.” “우리는 여러 가지 꽃을 그리기로 했는데 왜 한 송이만 그린거니?” “다른 꽃은 아직 흙 속에 있어요.”

다양한 아이들의 발랄한 생각이 담긴 그림을 보며 추운 봄바람에 시린 가슴이 따스하게 녹아들었다. 나의 봄은 맘속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 화분들을 보면서 봄을 한껏 즐기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상상도 못한 색을 배경으로 열심히 칠하고 있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00이는 왜 화분 뒤에 배경이 검은색이지? 친구들은 모두 밝고 예쁜색을 칠해 주었는데?”

“…” “밝으면 좋지 않을까?” “선생님 꽃은 색이 알록달록 하지요?” “그렇지, 아름다운 색들을 가지고 있어” “알록달록하니까요. 낮을 그리면 색이 다 비슷해 져버리잖아요. 그리고 여행을 가서 밤에 피어난 꽃을 보았을 때 저는 더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멋진 생각이네 좋아 열심히 칠하렴.”

한 명씩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소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선생님 진짜 웃겨요. 벌한테 빨간 점을 그려줬데요.” “왜? 그렇게 그렸니? 우리 친구한테 이유를 들어보자” “이 벌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어서요.”

정말 아이다운 생각이라 생각했다.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아이들에게 친구의 그림에 대해 잘 들어보고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줬다. 이렇게 멋진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인데 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가식이 없고, 순수하며, 직설적이다.

어른들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들보다 좋아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반면 아이들은 느끼는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조금만 더 아이와 가까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고 느낀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일은 적어지지 않을까? 작은 생각에 큰 이유가 있다. 항상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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