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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읍 손흘림커피점‘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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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읍 손흘림커피점‘이층’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5.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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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머문 공간에 잔잔하게 흐르는 원두커피 향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공간 역할도

지난 번 홍성의 커피점들을 묶어 소개한 바 있다.
예산이라고 없을 리 없다.

2009년부터 일찌감치 원두를 직접 볶아 손흘림(핸드드립)으로 먹으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커피숍 ‘이층’이 있다.

예산읍내 큰 거리에 있는 이층은 이름처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소박한 간판이라 눈에 띄지 않는 편인데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커피 기구와 빈티지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한켠에는 그림과 사진들이 붙어 있고 옛 극장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시간이 여기서는 조금 더 천천히 흐를 것 같은 나른함이 묻어난다.

커피원두가 보이는 유리테이블에 앉아 바리스타 박지영 씨의 추천으로 케냐산 원두의 손흘림 커피를 주문한다. 묵직하기보다는 편안한 맛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주인 박봉서 씨가 커피에 대해 설명해 준다.

손흘림한 것은 지영 씨지만 원두를 볶는 것은 봉서 씨의 몫이다.

“커피원두는 볶으면 볶을수록 쓴맛이 나죠. 태우지 않으면서 쓰고 묵직한 맛을 내려면 커피를 몰아붙여야 하는데 저는 가벼운 게 좋아요. 아무래도 커피 맛도 주인장에 따라서 달라져야죠.”

그는 커피가 우유와 만나면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용과 라떼용 원두를 따로 볶는다고 했다.

박봉서 씨는 1층의 디자인 사무소도 겸하고 있다. 예산이 고향인 박 씨는 2004년까지 9년 간 지역신문사에서 일했다.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고. “디자인이라는 건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민감함이 있죠. 계속 새로운 걸 접하고 배워야 하잖아요. 자신을 계속 날카롭게 벼려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깊어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수와 커피 중에 어느 걸 할까 고민하다가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 선택은 옳았다고 했다. 커피 원두는 볶아서 바로 마시지 않는다. 다양한 향을 느끼려면 일주일 가량을 두어야 한다. 박 씨는 원두마다 기간이 지나면서 어떤 맛을 내는지 살펴보며 점점 더 커피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예산에서도 이제 일고여덟 군데의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이층에서 배워간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손흘림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여기다. 이곳 커피는 손흘림과 더치는 물론 커피가루를 밀가루처럼 잘게 빻아서 소금이나 정향 등 향신료를 넣고 끓이는 터키식 커피까지 가능하다.

‘느리게’ ‘인스턴트 없이’를 지향하는 주인장 성격답게 레몬홍차에 레몬은 그 자리에서 직접 짜 넣어줄 정도.

“아직도 커피 한 잔에 5000원이라고 하면 놀라시는 분들이 많아요. 커피점들이 많아지고 더 많은 분들이 커피를 이해하고 매력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의 지론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맛이라는 건 없다는 것.

캘리그라피(손글씨)도 수준급인 그는 “글씨든 그림이든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이 있게 마련이에요. 모든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집은 맛이 없는 집이에요. 어떻게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든 배우고 자격증을 따려고 하잖아요. 제가 단국대 사회교육원에 들어가 커피를 배웠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지는 않았어요. 남들이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할 때 전 선생님과 커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색을 낼 수 있어요.”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이곳은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앙상블을 초청해 실내악 공연을 여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탈북자 출신 공연자를 만나 아코디언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바리스타인 지영 씨가 그린 드로잉을 보고 최근에는 ‘지영이의 이층’이라는 전시회를 열어 주었다. 지금은 지난번 프리마켓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던 고등학생을 공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층이라는 이름의 이는 숫자 2가 아니라 다를 이(異)자예요. 일상을 넘어 이곳에서 조금은 다른 나를 만나고 다른 삶을 꿈꾸길 바란다는 의미죠.”

생활 속 예술활동들이 어떤 형식이나 전문가 흉내내기가 아닌 자기표현의 즐거움이 되는 것을 함께 나누고픈 그다.

여름이면 유기농 팥을 직접 졸여 만들고 근처 떡집에서 사온 떡을 넣는 웰빙 팥빙수가 곧 개시될 것.
이밖에도 특이한 음료는 언제나 혼자 도전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슬쩍 물어봐도 좋을 듯.

단골들이 아무것도 아닌 날 몰려든다고 하는데 그는 그런 날을 ‘마음에 습기가 차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주인장이 얼굴을 잘 기억 못한다고 하니 단골인 척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달라고 떼써 보아도 좋으리라.

▲운영시간 : 12시 30분 ~ 9시까지 주문 가능 (일요일 쉼)
▲가격 : 손흘림커피 홍차 등 5,000원
▲찾아가는 길 : 예산군 예산읍 임성로 29
▲대관 및 문의 : 041)331-1478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co2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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